먼저 골계(滑稽)란 익살스러운 행동이나 말을 통하여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을 말한다. 순우곤과 동방삭은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골계에 대하여 사마천은 "천도는 넓고도 넓다. 어찌 위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상적인 하찮은 말 중에도 어려운 일을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있는 법이다."라며 공자의 육경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번 시간에는 동박삭에 대하여 살펴보았으니 여기에서는 해학과 풍자의 달인 순우곤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생애
순우곤(BC 385 ~ 305)은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 때 학자이며 사신이다. 그는 집안이 가난하여 데릴사위로 처갓집에 살았으며 키는 7척(160cm)이 안되고 해학과 풍자를 잘하였다. 제나라의 사신으로 여러 차례 다니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하며 제 위왕의 곁에서 해학과 풍자로 교훈을 주어 바른 정사를 펼치도록 돕는다.
순우곤의 골계
· 불비불명, 일비충천 일명경인
제나라 위왕은 해학과 풍자를 좋아하였으나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밤새 술을 마시거나 여자를 좋아하여 방탕한 생활을 계속이어 간다. 그러자 신하들이 문란해지고 주위 제후들의 침입으로 땅을 빼앗기는 등 나라가 멸망의 위기에도 아무도 간언하지 못한다. 이때 순우곤이 초장왕의 고사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여 위왕에게 "전하 오색찬란한 새가 왕의 뜰에 머무르고 있는데 나무 위에 앉은 지 3년이나 되었는데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三年不飛 又不鳴 삼년불비 우불명). 이 새는 무슨 새입니까?"라고 질문을 한다. 이에 제위왕은 "삼 년 동안 날지 않았으니 한번 날아오르면 하늘을 찌를 것이고, 삼 년 동안 울지 않았으니 한번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一飛沖天 一鳴驚人 일비충천 일명경인)."라고 대답한다. 여기에서 不飛不鳴(불비불명)이란 고사성어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후 왕은 변하여 술과 여자를 멀리하고 여러 현령과 현장 72명을 조정으로 불러 잘한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못한 한 사람은 죽인 다음 군사를 일으켜 출병한다. 그리하여 잃었던 제나라의 땅을 모두 회복하고 그 위세가 36년 동안 떨치게 된다.
· 조나라 구원군 예물
BC 371년 초나라가 제나라를 침공하자 제위왕은 순우곤을 사신로 삼아 조나라에 구원군을 청하면서 예물로 황금 백 근, 거마 10승을 준다. 이때 순우곤은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는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순우곤은 "오늘 제가 동쪽에서 오는데 길옆에서 밭을 갈던 농사꾼이 제사를 지내는데 돼지 발 하나와 술 한 사발만을 놓고 ‘높은 밭에서는 광주리에 가득, 낮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 오곡이 잘 익어 우리 집을 풍성하게 하소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신은 바치는 예물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바는 너무도 많았음을 보고 웃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에 제위왕은 즉시 황금 천일과 백옥 10쌍, 수레 100승을 더 내준다. 그 후 순우곤은 조왕에게 예물을 주고 구원병을 청한다. 크게 기뻐한 조왕은 정예군 10만과 전차 1천 승을 구원군으로 준다. 이에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가 밤에 군사를 이끌고 도망간다.
· 순우곤의 주량
제위왕이 크게 기뻐하여 연회를 마련하고 순우곤을 불러 술을 내리며 묻는다. "선생은 얼마를 마시면 취하오?" 순우곤은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제 위왕이 그 이유를 묻자 순우곤은 "궁중에서 임금이 내리는 술은 두려운 마음에 땅에 엎드려 술을 마시니 1 말도 마시기 전에 바로 취하게 됩니다. 친척 어르신께서 주시는 술은 받아먹다 보면 2 말도 마시기 전에 취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지난 일을 이야기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면 5~6 말이라도 취하지 않습니다. 고향 남녀들이 모여서 노는 자리라면 저는 삼가 이런 일들을 즐기니 8 말을 마셔도 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놀다가 분위기가 조성되어 여주인이 다른 손님은 다 보내고 저만 머물게 하여 비단 저고리 옷깃이 풀어지고 살며시 향기를 맡게 되면 한 섬(10 말)은 마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 이치는 술은 끝까지 마시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은 끝까지 가면 슬퍼지는 것입니다."라고 골계를 하며 간한다. 그러자 제위왕이 크게 깨닫고 밤새워 술 마시는 일을 중지하고 주연을 베풀 때는 항상 순우곤을 옆에 있게 한다.
· 따오기 이야기
한 번은 제위왕이 순우곤을 초나라에 따오기 한 마리를 바치는 사절로 보낸다. 그러자 순우곤은 보잘것없는 선물이라 초 왕이 화를 낼 것이 뻔하여 고민하던 중 따오기를 날려버리고 빈 새장만 가지고 초나라로 간다. 그리고 초 왕에게 가서 "왕께서 따오기를 초나라에 바치라고 했는데 실수로 따오기가 날아가버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실수로 자살할까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 되면 왕께서 새 한 마리 때문에 선비를 죽게 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 같고, 비슷한 놈으로 하나 사서 가져갈까 했지만 그것은 왕을 속이는 것이 되고, 타국으로 도망을 갈까 했지만 두 나라 사이가 나빠질 것 같아서 할 수없이 빈 새장을 들고 와서 잘못을 자백하고 벌을 받으러 왔다고 말한다. 이에 초나라 왕은 양심과 신의가 있는 선비라고 칭찬하며 큰 상을 내린다.
· 맹자와의 형수 이야기
다음은 <맹자 이루편>에 나오는 말인데 순우곤의 날카로운 골계의 질문에 살며시 빠져나가는 맹자의 융통성을 살펴볼 수 있다. 순: "남녀가 서로 손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예(禮)인가요?" 맹: "예(禮)입니다." 순: "그럼 형수가 물에 빠진다면, 그 '손'을 잡아당겨야 합니까?" 맹: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도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이는 승냥이와 이리인 것입니다. 남녀가 친히 손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예(禮)이지만, 물에 빠진 형수의 손을 잡고 당기는 것은 임기응변(權)인 것입니다." 순: "지금 천하가 물에 빠졌는데, 선생은 왜 잡아당기지 않습니까?" 맹: 천하가 물에 빠지면 도(道)로 건져내고,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건져내는 것이지요. 선생께선 손으로 천하를 건져내십니까? 즉 순우곤은 남녀 간에 예를 지키려면 형수가 여자이니까 손을 잡아 구하면 예(禮)에 어긋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맹자의 예를 공격하기 위해 그러자 맹자는 형수가 물에 빠지면 도(道)가 아닌 손으로 구하는 것이라서 예(禮)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융통성을 발휘하여 말하고 있다.
재상 추기와 정치 골계
순우곤은 재상 추기에게 정치에 대한 풍자적이고 비유적인 언어로 다섯 가지 다섯 가지 비유를 들어 골계를 한다. 그러자 재상 추기는 잘 알아듣고 정치를 잘하여 나중에 큰 상을 받게 된다. 다음은 다섯 가지 골계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 재상 추기에 다섯 가지 골계
순: "신하 된 사람이 군주에 대한 예의를 다하면 그 몸과 명예가 번창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잃게 된다." 추: "절대 그 말씀 멀리하지 않겠습니다." 순: "바퀴 축에 돼지기름을 칠하는 것은 바퀴가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것인데 바퀴구멍을 각이 지게 뚫으면 기름을 발라도 잘 돌아가지 않지요" 추: "측근들로 하여금 잘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즉 모난 사람이 없이 잘 조화하여 국정을 운영하여야 한다. 순: "활을 만들 때 잘 마른 나무에 아교를 칠하는 것은 잘 들어맞게 하기 위한 것인 데 공간이 비고 틈이 생기면 메울 수가 없지요" 추: "스스로 백성과 거리를 두지 않겠습니다." 즉 신하는 왕과 백성사이를 이어주는 아교와 같은 사람이고 백성과의 소통에 틈이 없도록 잘해야 한다. 순: "늑대가죽의 옷이 헤어졌다고 누런 개가죽으로 기우면 안 되지요" 추: "군자를 임명하고 소인배가 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즉 인사정책을 바르게 하여 소인배가 국정농단을 하는 것을 막겠다. 순: "큰 수레라도 균형을 바로 잡지 않으면 원래 실을 수 있는 만큼 못 싣고 현악기는 조율하지 않으면 5음을 낼 수 없지요" 추: "법률을 잘 정비하고 간사한 관리가 없도록 감독하겠습니다."
※ 십팔만년을 산 삼천갑자 동박삭에 대하여, 빙탄불상용, 수청무어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해학과 풍자의 달인 순우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순우곤은 제나라 위왕의 곁에서 해학과 풍자로 그를 도와 왕이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끈다. 나는 순우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지금의 극단의 좌우정치로 갈려져 있는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극좌와 극우로 나누어져 상대방의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고 공격만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비방과 거짓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말을 피하고 순우곤의 골계와 같이 웃음과 해학으로 은근히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격적이고 비방하는 극단적인 말이 아니라 지혜와 웃음이 담긴 말이 국민들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웃음과 해학이 담긴 골계로써 민의를 전달하는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아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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