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의 삼대 요녀(하 걸왕 말희, 은 주왕 달기, 주 유왕 포사)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아름다운 여자'라는 의미인 '경국지색(傾國之色)의 3대 요녀'는 먼저 하나라에서 우왕이 시조이며 마지막 왕은 걸왕으로 그의 애첩은 말희이다. 다음 상나라(은나라)는 탕왕에서 마지막 왕은 주왕으로 애첩 달기가 유명하다. 끝으로 주나라는 무왕에서 마지막 왕은 유왕으로 그의 애첩 포사가 있다. 이와 같이 각 나라의 말기에는 왕이 애첩의 여색에 빠져 주지육림과 환락을 즐기다가 망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경국지색의 3대 미녀(말희, 달기, 포사)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하 걸왕의 말희

· 주지육림
말희는 산동 유시 씨의 딸로 하나라 걸왕에게 공물로 바쳐진 절세미녀이다. 결왕은 그녀를 왕비로 삼아 경궁이라는 큰 궁전을 짓고 매일 연회를 개최하고 방탕한 생활과 폭정을 일삼는다. 궁전 연못 바닥에 옥돌을 깔고 연못에 향기로운 술을 채우고 연못 둘레 나무에는 고기를 숲처럼 매달아 주지육림을 만든다. 그리고 걸왕과 말희는 배를 타고 있고 삼천 명의 미소녀들은 연못 주위에서 춤추고 북소리 신호에 맞춰 연못으로 달려가 고기를 먹는 등 향락을 즐긴다. 여기에서 "주지육림(酒池肉林)" 술로 가득 채운 연못과 숲처럼 높이 쌓은 고기, 즉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술잔치'를 의미하는 사자성어가 유래하게 된다. 그 결과 하나라의 재정은 탕진되었으며 은나라의 탕왕에 의해 은혁명이 일어난다. 걸왕과 말희는 남소의 산으로 추방되어 죽게 되니 하나라는 망하게 되고 은나라가 시작된다. 

 

 

은 주왕의 달기

· 가렴주구
달기는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애첩으로 화술에 능하고 음탕한 행동으로 주왕을 애를 태우는데 능숙하였다. 따라서 주왕은 달기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백성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고 물건을 강제로 빼앗는 등 공포 정치를 펼치는 가렴주구를 일삼는다. 그 결과 높이가 천자가 되고 넓이가 삼천자나 되는 창고에 온갖 진기한 보배와 물건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서 '백성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고 강제로 물건을 빼앗는다'는 의미의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사자성어가 유래하게 된다.

 

· 장야지음

그리고 주왕과 달기는 술로 가득 채운 연목과 숲처럼 쌓은 고기인 주지육림을 만들어 놓고 나체의 미남미녀들과 술에 취해 음탕한 놀이를 하는 등 이십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탕한 놀이를 즐긴다. 여기에서 "장야지음(長夜之飮)" 즉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호화로운 술잔치'라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유래하게 된다.

 

· 숙부 비간
당시 성인으로 칭송을 받는 주왕의 숙부인 비간이 주왕에게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을 목숨을 걸고 간언 한다. 이때 달기가 "성인의 심장은 구멍이 7개라고 하던데 직접 확인해 보자."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주왕과 달기는 죄인을 포락지형(죄인을 숯불에 빨갛게 달구어진 구리 원통 위를 걷게 하는 형벌)에 처하여 그들이 구리원통에서 미끄러져 숯불로 떨어져 죽는 모습을 박장대소하면서 즐긴다.

 

· 구미호의 화신

이러한 달기의 기괴한 음행으로 그녀는 마법을 부리는 요사스러운 구미호의 화신으로 여러 문헌에 묘사되어 나오고 있다. 중국 명나라 고전 <봉신연의>에는 은여우 구미호가 변하여 달기가 되어 나오며, 일본에서는 악귀인 백면금모의 구미호가 달기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만화인 고우영의 <십팔사략>에서는 달기는 주공 단이 미인계로 주왕을 타락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길러진 아이로 나오고 있다.

 

 

주 유왕의 포사

· 출생 이야기

하나라 걸왕 때 두 마리 용이 흘린 거품을 상자에 보관하였는데 주나라 선왕 때 그 상자를 열자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러자 냄새를 막기 위해 '더러운 것에는 지저분한 것으로 대항하는 것'으로 오백명의 생리하는 궁녀를 모아 옷을 벗겨 소리를 지르니 용의 거품이 도마뱀으로 변하여 어린 궁녀에게 들어간다. 그 궁녀가 잉태한 후 수개월이 지나 아이를 낳자 요람에 담아 강에 버린다. 그 아이를 주은 촌부는 가난 때문에 포성에 사는 사대라는 사람에게 아이를 팔게 된다. 그래서 아이의 이름이 포사가 된다. 그 아이가 자라 17세가 되자 절세가인이 된다. 같은 포성에 사는 홍덕이라는 사람이 포사를 돈을 주고 사서 예법을 가르쳐 주나라 유왕에게 바쳐 아버지 포향을 구하게 된다. 이렇게 주 유왕은 포사를 얻게 되자 그녀의 미모에 빠지게 된다.

 

· 천금매소

포사는 절세미인이지만 전혀 웃지 않아 유왕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러자 유왕은 "어떻게 하면 웃겠느냐?"라고 포사에게 묻는다. 포사는 "비단 찢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유왕은 나라에 있는 수많은 비단을 사서 찢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포사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그 결과 나라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서 "천금매소(千金買笑)" '천금을 들여서 웃음을 산다.' 즉 '지극히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이라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유래하게 된다.

 

· 거짓 봉화사건
여산의 봉화대에 전쟁이나 위급할 때만 피워야 하는 봉화가 있었다. 어느 날 실수로 봉화가 피어오르자 제후들이 병사들을 데리고 출정하여 허둥댄다. 그런데 이 허둥대는 모습을 본 포사가 큰소리로 웃는다. 그러자 유왕은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고 너무 좋아서 자꾸 봉화를 올리게 한다. 자주 이 일이 반복되자 제후들도 더 이상 출병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유왕은 포사를 총애하여 원래의 왕후인 신후와 태자 의구를 폐하고 포사를 왕후로, 포사의 아들 백복을 태자로 삼는다. 신후는 복수하고자 군사를 일으켰고, 그리고 오랑캐 견융이 침략하자 다급해진 유왕은 진짜 봉화를 올린다. 그러나 제후들은 또 거짓인 줄 알고 출정하지 않는다. 결국 유왕은 아들과 함께 오랑캐인 견융족에 붙잡혀 죽임을 당하게 된다.
※ 중국 사대 미인(침어 서시, 폐월 초선, 낙안 왕소군, 수화 양귀비)은?

중국 사대 미인(침어 서시, 폐월 초선, 낙안 왕소군, 수화 양귀비)은?

맺음말

우리는 위에서 경국지색의 3대 요녀(하 걸왕 말희, 은 주왕 달기, 주 유왕 포사)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그녀들은 모두 정복한 나라에서 바쳐진 미녀들로서 왕들을 여색에 빠지게 나라를 망치게 한다. 이러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 스토리가 매우 비슷하다. 한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게 되면 과거 나라를 나쁘게 몰아가고 역성혁명을 일으킨 현재 나라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남성의 성욕을 내세워 여색에 빠져 나라를 망치게 하였다고 공격하는 것이다. 이렇듯 그녀들은 여성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단지 군주를 주색에 빠뜨리기 위해 적이 동원한 '매개체'로만 이용되어 희생시켰다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든다. 아무튼 진위여부를 떠나 그녀들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사스러운 여자인 '경국지색'으로 기록되어져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