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전통적인 사실주의 현대극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전후 부조리 문학의 대표작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의미 없는 대화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된 삶을 상징한다. 당신은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리고 지금 당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 나오는 전후 부조리극의 고전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작가 소개
새뮤얼 바클리 베킷(Samuel Barclay Beckett 1906 ~ 1989)은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으로 20세기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실험 문학의 대표 소설가인 동시에 시인이다. 사뮈엘 베케트라는 이름은 본명을 프랑스어로 읽은 것이다. 그는 제임스 조이스와 마르셀 프루스트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로 건너가 1937년 파리에 정착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프랑스에서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전위적인 소설을 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희곡으로는 <고도를 기다리며>, <승부의 종말> 등이 있으며 소설로는 <몰로이>, <머피> 등이 있다. 그는 1969년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등장인물
· 블라디미르(디디) : 주인공으로 키가 크고 홀쭉하고 지적이고 말이 많은 성격으로 철학자에 비유된다. 고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임. · 에스트라공(고고) : 주인공으로 누더기 옷에 모자를 쓰고 있으며 땅딸막하고 사람으로 단순하고 감정적인 비관론자이다. 기억이 좋이 못하여 자주 블라디미르에게 물어본다. 극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라고 자주 이야기함. · 포조 : 지주로서 짐꾼 럭키와 함께 등장한다. 권위적이고 멋 부리기 좋아하며 럭키를 노예 부리듯 취급하는 잔인한 인물로 럭키를 목줄로 끌고 다니며 2막에서 장님이 되어 돌아온다. · 럭키 : 포조의 짐꾼으로 노예 취급을 당함다. 모자를 쓰고 백발로 백치처럼 포조의 명령에 순종한다. · 소년 : 고도의 심부럼꾼인 양치기 소년으로 '고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수염은 하얀 것 같다'는 정보를 제공함. · 고도 : 주인공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으로 실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줄거리
· 개요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 바로 '기다림'이다. 이 작품은 희곡의 거의 모든 관습적인 기대를 깨버린다. 작품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해 이해할 수 없는 허튼소리를 내뱉는 것이 전부이다. 심지어 두 주인공끼리 나누는 대화조차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쪽에서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면 다른 쪽은 난 술이 싫다고 동문서답하는 식이다.
· 제1막
두 남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한 국도의 작은 나무 옆에서 '고도'라는 이름의 사람을 기다린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고도에게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고도를 기다린다. 심지어 고도가 실존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둘은 이야기를 하지만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마치 서로 벽에 대고 외치는 것과 같다.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며 쓸데없는 말을 하염없이 지껄인다. 그러던 중에 지주인 포조와 그의 짐꾼인 럭키가 나타난다. 이 둘은 고도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다. 포조와 럭키는 주종관계다. 세상의 숱한 주종관계, 주인과 노예, 지주와 농노, 기업가와 노동자, 승자와 패자의 하나일 수 있다. 그들은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를 만나 대화를 나누지만, 역시 두서없고 무의미한 대화뿐이다. 쓸데없고 무의미한 지껄임 속에서 둘은 세상의 부조리를 그리고 있다. 밤이 되자 고도의 목장에서 심부름을 하는 목동인 양치기 소년이 나타나 그들에게 '고도 씨는 내일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1막은 끝이 난다.
· 제2막
다음 날인 제2막도 비슷한 내용이 그대로 반복된다. 하루 사이에 기억이 사라졌고, 주변의 상황이 달라졌다. 나무에 잎이 조금 자랐다. 포조는 눈이 멀었고, 럭키는 귀가 멀었다. 둘은 전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만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의 변화로 더 괴이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엔 역시 양치기 소년이 등장하는데, 블라디미르와 양치기 소년은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대화는 통하지 않고 어제 일을 잊어버렸다. '고도는 오지 않는다'라고 한다. 결국 블라디미르는 양치기 소년에게 화를 내며 쫓아버린다. 잠에서 깬 에스트라공이 고도가 왔었는지 묻는다. 에스트라공은 차라리 멀리 떠나자고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내일 고도를 만나러 여기 와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둘은 나무를 쳐다보며 목이나 맬까 고민하지만 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일 끈을 챙겨 와 고도가 안 오면 나무에 목을 매자고 말한다. 말로는 떠나자고 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허무주의와 비극적인 세계관은 부조리를 인식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전후 실존주의 문학의 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고도는 누구일까? 작가 베케트는 “내 작품에서 신을 찾지 말라. 철학이나 사상을 찾을 생각도 아예 하지 말라. 보는 동안 즐겁게 웃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극장에서 실컷 웃고 난 뒤, 집에 돌아가서 심각하게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다.”라고 고도에 대하여 누구인지 무엇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고도라는 의미는 자유다, 빵이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한다. 그러나 고도를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고도가 누구인지 그 의미가 정해져 있지 않음으로 인해 더욱 보편성을 띠게 된다. 결국 고도가 누구이고 무엇인지는 독자 개개인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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