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가 1959년에 발표한 <양철북>은 30살 꼽추이며 난쟁이인 주인공 오스카가 정신병원에서 지난 일을 회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독일의 과거에 대한 회고를 상징하며 작품에서는 이러한 상징과 은유가 굉장히 많이 표현되고 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상영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여기에서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작가 소개
귄터 그라스(Gunter Grass, 1927~2015)는 폴란드 단치히 교외 랑푸우르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독일의 소설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히틀러 청소년단에 가입했고, 나치의 무장친위대(Waffen-SS), 공군보조병, 전차병 등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나중에 그는 나치의 무장친위대(Waffen-SS)에서 복무했었다는 사실로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기피인물'로 지정되어 입국금지를 당하기도 한다. 그는 전후 청년 문학의 '47그룹'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으며, 1959년에 <양철북>을 출간한 후 게오르그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개들의 시절>, <양철북>, <고양이와 쥐>, <국부마취>(1969), <넙치>(1977), <텔그테에서의 만남>(1979) 등이 있다. 그리고 장편 <나의 세기>를 발표하였으며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권터 그라스는 오적 필화 사건의 김지하 시인과 민주화 운동의 김대중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줄거리
· 오스카 마체라트의 출생
정신병원에 수감된 오스카 마체라트가 과거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먼저 자신의 할아버지이자 방화범이며 폴란드 민족운동가였던 요젭 콜야이체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를 쫒는 경찰을 피해 감자밭으로 도주한 할아버지는 순진한 소녀인 오스카의 할머니를 만나 감자를 굽고 있는 그녀의 치마 속에 숨어든다. 경찰이 치마를 들출 생각은 못하고 돌아가자, 둘은 눈이 맞아 같이 살면서 할머니는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 콜야이체크를 임신한다. 어느 날 경찰을 피해 할아버지는 강으로 뛰어들었으나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 콜야이체크는 우체국에 다니는 폴란드인 사촌이며 얀 브론스키를 사랑을 하여 임신한다. 그가 오스카의 친아버지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독일인 알프레드 마체라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가 오스카의 호적상의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사촌 얀 브론스키는 헤트비히라는 여성과 결혼해 슈테판이라는 아들을 둔다. 오스카 마체라트는 2차 대전 이전에 폴란드인 브론스키와 나치 독일인 마체라트와의 대립의 과정을 거쳐 1924년 단치히에서 태어난다.
· 난쟁이가 된 오스카
오스카는 어릴 적부터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3살 생일날에 어른들의 추악한 세계를 혐오하여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고, 일부러 지하실 층계에서 떨어진다. 나는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삶에 대한 욕망을 잃어버렸고, 이 상태에 머무르겠다고 결심한다. 그 결과 그 상태에 머물렀고 몸의 크기도 복장도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세 살이고, 자라지 않는 난쟁이로 머물렀다. 나는 북에 매달렸고 세 번째 생일날 이후 단 1센티미터도 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세 살짜리 어린애 그대로 머물렀지만, 세 배나 현명한 어린애였다. 즉 모든 어른보다 키는 작으나 그들을 능가하였고, 안으로도 밖으로도 모두 완전하게 완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는 어른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경험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했다.
· 양철북을 두드리는 오스카
이후 난쟁이가 된 오스카는 선물 받은 양철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양철북을 치면서 할머니와 방화범이었던 할아버지 요젭 콜야이체크를 생각하며 자신의 피 속에 방화범의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 양철북은 오스카가 당시 사회 흐름에 대한 순응을 거부하는 상징으로 사용한다. 비록 신체의 성장은 3살에서 멈추었지만, 오스카는 이미 어른과 진배없는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양철북을 두드리며 어른들과 잘못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푼다. 그는 일종의 초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양철북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면 그 충격파로 주변 유리가 모조리 깨지기도 하며, 엄숙한 나치 행사를 북을 쳐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어서 망쳐버리기도 한다.
· 부모님과 로스비타의 죽음
시대가 흐르면서 오스카는 어머니 아그네스가 원인 모를 구토로 죽고 친아버지 브론스키마저 양철북을 고치러 간 우체국에서 폴란드 저항투사로 몰려 처형된다(즉 '폴란드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 후 오스카는 마체라트가 고용한 가정부 마리아와 성적 유희를 즐기는 등 서로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마체라트가 마리아를 강간하여 둘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둘 사이에서 마리아는 쿠르트라는 아이를 낳는다. 이후 오스카는 가출을 하고 베브라의 전선 위문 극단에 들어가 로스비타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전쟁의 폭격으로 로스비타는 죽고 위문극단은 해체되자 오스카는 집으로 돌아간다. 오스카는 동네 아이들에게 재림 예수라고 하며 성모마리아상을 훼손하다가 연행되어 재판을 받기도 한다. 전쟁이 끝나는 막바지에 폭격을 피해 지하실 생활을 하던 나치당원이었던 마체라트마저 소련군에게 사살된다(즉 '나치 독일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의 장례식에서 오스카는 양철북을 집어던지고 다시 성장하기로(즉 '사회 흐름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심하고 마리아, 쿠르트와 함께 열차를 타고 서독 라인란트로 옮겨온다. 서독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암시장에 몸을 담그고, 석조공이나 누드모델이 되기도 하며 생활비를 벌어서 마리아에게 준다. 어느 날 오스카의 누드모델 포스터를 보게 된 마리아가 불같이 화를 내자 오스카는 집을 나온다.
·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오스카
새로 얻은 집에서 오스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간호사 도로테아를 동경하고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는 옆 방에 사는 사람과 재즈 악단을 만들어 양파주점에서 일하면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는 돈을 벌어 마리아와 쿠르트를 부양한다. 어느 날 우연히 콘서트 기획자가 된 베브라를 다시 만나 음악 치료사로서 콘서트를 열어 대성공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도로테아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어느 날 베브라가 갑자기 사망하자 오스카는 바다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그는 우연히 해변 모래사장에서 반지를 낀 채 잘려 버려진 여자의 손가락을 발견하고 보관한다. 그 결과 살인범이란 누명을 쓰고 정신이상자로 판단되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나중에 진범이 한 명의 의사를 두고 삼각관계이었던 다른 간호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는 간호사 브루노의 도움으로 순결한 백지를 얻어 회고록을 집필한다. 오스카는 서른 살이 되는 생일에 정신 병원에서 나가면 어떻게 살 것인가 걱정하면서 "그래 난 예수야 제자를 모으러 가야 해"라고 중얼거리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양철북>에서는 많은 상징과 은유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색채에서 푸른색은 나치 독일, 검은색은 슬픔과 악으로 유죄, 흰색은 순결과 순수함, 붉은색은 폴란드와 적십자를 상징하고 있다. 오스카의 양철북은 흰색과 붉은색으로 죄와 결백을 상징하고 있고, 오스카의 할아버지가 제재소 울타리를 희고 붉은색으로 칠해 사우고 난 후 흰색의 제재소를 붉게 방화하여 버린다. 오스카가 사랑하는 여자들은 순결을 상징하는 백색의 간호사로 나오고 있다. 또한 귄터 그라스는 <양철북>을 “어느 시대 좁은 소시민계급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시대의 차원을 초월한 범죄까지 포함하여 한 시대 전체를 문학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소설을 원작으로 1979년 서독에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양철북>이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상영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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