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인간의 원죄'를 다룬 <빙점>의 마지막 장면에서 요코가 자살 시도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암시하였던 대로 후속 편으로 '죄의 용서'를 다룬 <속빙점>을 1970년에 발표한다. <속빙점>에서 약에서 깨어난 요코는 연인 기타하라보다 오빠 도오루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자신이 부정한 사랑의 결과로 생긴 자식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그녀는 납치당하고 기타하라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등 복잡한 애증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유빙으로 덮인 오호츠크 해를 찾아가 '불타는 유빙'을 보고 '예수의 피'를 떠올린다. 그녀는 생모인 오타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용서한다. 여기에서는 죄의 용서를 다룬 미우라 아야코의 <속빙점>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 1922~1999)는 일본 홋가이도에서 태어난 일본 여성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1964년 그녀는 42세에 잡화점을 운영하다가 남는 시간에 쓴 <빙점>을 아사히 신문의 현상 공모 소설에 출품하여 최우수작 당선되어 일약 유명 작가가 된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로 7년간 근무하였으며, 24세부터 고열 병으로 13년간 병상생활을 한다. 그때 습작한 작품이 글을 써는 데에 있어서 밑거름이 된다. 그녀는 37세 때 2살 연하인 공무원 미우라 미츠요와 결혼을 한다. 그녀는 기독교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주제로 한 많은 소설을 써다가, 노년에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다가 1999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길은 여기에>, <빙점>, <속빙점>, <순례자의 꿈> 등이 있다.
※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 스지구치의 복수 결말은? 나쓰에와 무라이 사랑
줄거리
· 깨어난 요코와 친부모
병원에서 게이조는 18년 전 아내 나쓰에와 무라이를 용서할 수 없어 복수하기 위해 살인범 사이시의 딸인 줄 알고 데러 온 사실을 후회하며 사이시의 딸이 아님을 진심으로 친구 다카기에게 감사해한다. 나쓰에의 친구이며 일본 무용 연구소를 운영하는 후지오 다쓰코가 병문안 왔다. 도오루는 동생 요코가 친구 기타하라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죽음에서 깨어난 요코는 연인 기타하라 보다 도오루 오빠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게이조는 오타루에 살고 있는 요코의 생모 미쓰이 게이코에게는 남편과 두 명의 아들이 있다고 말해 주면서 사진을 내민다. 사진 속에서 요코는 친어머니와 당시 하숙생이었던 나카가와 미쓰오를 보게 된다. 요코의 생모 미쓰이 게이코는 남편 미쓰이 야기치가 태평양 전쟁에 출정한 동안 나카가와 미쓰오와 사랑에 빠져 아기를 임신한다. 아기를 출산하기 직전 나카가와 미쓰오가 갑자기 사망하고 남편 미쓰이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갓 태어난 요코를 산부인과 의사인 동시에 유아원 원장인 다카기에게 맡긴 것이다.
· 안마사가 된 유카코
한편 스지구치 병원의 병원장인 게이조는 안과의사인 무라이를 보자 10년 전에 실종되었던 사무원인 마쓰사키 유카코를 떠올리게 된다. 무라이는 아내 사기코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며 과거에 유카코 이야기를 한다. 유카코는 게이조를 짝사랑하여 "원장님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라고 전화를 하였다. 그런 그녀를 무라이가 강제로 성폭행하고 마음대로 농락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유카코는 무라이가 결혼하기 전날 갑자기 사라졌다. 요코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늘 약간의 열을 가지고 여고 2년을 마친다. 어느 날 다쓰코가 찾아와 오타루에 있는 친어머니를 만나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 도오루는 요코를 위해 오타루에 사는 미쓰이 게이코를 수소문하여 찾아 미쓰이 가의 상점을 갔다 온다. 그 후 도오루와 기타하라는 산부인과 와 유아원을 하는 다카기를 찾아가 요코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으나 차마 말을 하지 못한다. 게이조는 친구 다카기와 함께 사로베쓰 평야를 여행하는 중 도요토미 온천에서 안마를 한다. 이때 게이조는 다카기를 안마하는 여인이 소경이 된 유카코라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집으로 돌아가 게이조는 그 일을 아내 나쓰에와 그녀의 친구 다쓰코에게 말한다. 그런데 무라이는 실종된 지 10년이 된 유카코의 묘를 만들고 그곳에 나쓰에를 데려가 보인다. 무용 연구소를 하는 다쓰코는 개인 안마사로 그녀를 데려와 자기 집에 머물게 하고 사미센을 가르친다.
· 요코의 존재를 알게 된 생모
다가키의 어머니 장례식에 요코의 생모 미쓰이 게이코 조문을 온다. 그러자 도오루는 그녀에게 요코의 존재를 알린다. 그 사실을 듣고 그녀는 충격에 빠져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되어 병원에 입원을 한다. 도오루는 병문안 간 병실에서 요코의 오빠 기요시와 동생 다쓰야를 만나게 된다. 요코는 도오루에게 "만약 내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지 않았다면 스지구치 엄마에게 구박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사이시의 딸로 오해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자살을 시도할 만큼 궁지에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의의 씨로 태어났다는 것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하며 자기를 버린 생모를 원망한다. 한편 게이조는 무라이를 데리고 다쓰코의 집에서 사미센을 배우고 있는 유카코를 만나게 한다. 그러나 무라이는 그녀를 보고 난 후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지 않는다. 혼자 독신으로 살아가던 다카기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37살 미망인이며 아이가 둘이 딸린 여자와 결혼을 한다. 게이조는 쓸쓸한 사람끼리 쓸데없이 다툼을 계속하는 것인가, 쓸쓸하면 어깨를 맞대고 사이좋게 살아야지, 다른 사람의 일로 다투는 어리석은 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동생 다쓰야와 오빠 기요시
대학에 진학한 요코에게 친모 게이코의 막내아들 다쓰야가 '자신의 엄마와 닮았다.'면서 계속해서 접근한다. 게이조는 도오루로부터 다가키 병원에서 요코의 생모 미쓰이 게이코의 아들 다쓰야를 만났으며 지금은 요코와 친구사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쓰야는 어머니가 교통사고 이후 이상해진 것 같다고 의심한다. 하루는 다쓰야가 형 기요시를 데리고 하숙집을 찾아온다. 기요시는 자기 어머니와 오빠 도오루의 사이를 묻고는 요코가 자기 어머니와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요코는 어머니가 친어머니라고 시치미를 뗀다. 요꼬는 다쓰야와 거리를 두려고 하였으나 다쓰야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그녀와 자신 엄마의 과거를 캐내려고 한다.
· 시코쓰 호수 여행
한편 진짜 살인자 사이시의 딸인 준코는 약국집에 양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도오루를 보고 좋아하게 된다. 어느 날 준코와 기타하라, 도오루와 요코는 시코쓰 호수로 여행을 가게 된다. 준코는 요코에게 도오루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 후 준코는 요코에게 "나도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친아버지가 살인자 사이시 쓰치오라며 아버지를 용서했다."라고 쓴 편지를 보낸다. 어느 날 생모 게이코가 요코를 만나려 아사히가와 집으로 방문을 하였으나, 나쓰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고아원에 봉사하러 간 요코에게 전화를 걸어 무용연구소 다쓰코의 집에서 자고 오라고 한다.
· 준코의 사과와 다쓰야의 교통사고
어느 날 준코가 요코의 집에 놀러 와 게이조, 나쓰에, 요코와 같이 숲 속 강가로 산책을 한다. 나쓰에는 루리코가 죽은 강가 자갈밭에 들국화를 꺾어 놓으면서 준코에게 살인범 사이시 이야기 해준다. 그러자 준코는 쓰러져 울면서 자기가 살인범 사이시의 딸이라고 말하며 아버지의 용서를 구한다. 한편 성미가 급한 다쓰야는 어머니 게이코의 과거를 의심하여 요코를 차로 납치하여 어머니와 대질시키려 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기타하라가 그걸 막으려고 차로 추격한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 치는 날 난폭하게 운전하는 다쓰야를 막아서다가 기타하라는 오른쪽 다리가 차바퀴에 깔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결국 그는 한쪽 다리를 잘라내게 된다.
· 불타는 유빙
요코는 자기를 버린 생모인 게이코를 용서할 수 없고, 자신의 동생 다쓰야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녀는 유빙으로 덮인 오호츠크 해를 찾아가 이바시리 만의 '불타는 유빙'을 바라본다. 준코는 살인자인 아버지를 용서했는데 자기는 오타루의 어머니를 아직 용서하지 않고 원망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코는 오빠 도오루를 사랑하지만 자기로 인해 사고로 다리를 잃은 기타하라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불타는 유빙을 바라보면서 십자가에 못 박혀 흘리는 예수의 피를 떠올린다. 그녀는 생모인 오타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죄송해요"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린다. 드디어 요코는 자기를 버린 어머니를 용서한 것이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죄의 용서를 다룬 미우라 아야코의 <속빙점>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빙점>에서 주인공 요코는 자신은 원죄인 빙점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빙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속빙점>에서 게이코의 남편 미쓰이 야기치가 말하는 "아내 게이코의 부정과 요코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아내가 한 생명을 죽이지 않은 것이 태평양전쟁 중 저질렀던 끔찍한 죄를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다."라는 고백을 통해 그의 마음속에 있던 빙점을 녹여서 그를 살리게 한다. 이와 같이 주인공 요코의 마음에도 자기를 버린 어머니 게이코를 용서하지 못하는 원한(빙점)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불타는 유빙'을 바라보고 '예수의 흘린 피'를 떠올린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빙점은 녹고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즉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속빙점>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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