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발표한 이민진의 <파친코>는 1910년부터 1989년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재일교포 4대에 걸친 삶의 애환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여주인공 선자는 유부남인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고 젊은 목사 백이삭과 결혼하여 일본에서 조센징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차별과 멸시 끝에 꿋꿋이 극복해 나가는 삶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민진의 <파친코>의 줄거리와 작가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이민진(1968 ~ )은 한국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교포 1.5세대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인 동시에 소설가이다. 201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파친코>로 그녀는 뉴욕타임지에서 올해의 책 10에 선정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어 제2의 제인 오스틴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파친코>는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소요되었으며 작가는 4년간이나 일본에 머무르면서 자이니치(조선인) 백여 명을 만났다고 한다. 그녀의 대표작품으로 <조국>,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 <파친코> 등이 있다.
줄거리
· 선자와 고한수
언청이 절름발이 훈이와 결혼한 가난한 집 딸 양진 사이에 태어난 딸 김선자는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어머니 양진과 같이 하숙집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선자가 시장 갔다 돌아가는 길에 일본인 학생들로부터 낭패를 당하는데 제주출신 생선중매상인 고한수가 나타나 구해준다. 그는 36살로 어머니와 동갑이었다. 선자와 한수는 바닷가 빨래터에서 사흘에 한 번씩 만나며 사랑을 키워간다. 선자는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오사카에서 돌아온 한수에게 임신사실을 알리자 한수는 일본에 아내와 아이가 셋이 있다고 말하며 결혼할 수 없으며 돌보아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선자는 자기가 어리석은 시골처녀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 이삭과 결혼 후 오사카로 간 선자
한편 평양 출신 목사 백이삭은 석 달 동안 결핵에 걸린 자기를 간호해 준 하숙집 모녀에게 보답하고자 임신한 선자와 결혼한다.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일본의 오사카에 살고 있는 이삭의 형 요셉 부부의 집에 살게 된다. 선자의 형님인 최경희는 불임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남편 백요셉에게 충실하며 세상 물정을 모르고 집에만 있는 여인이다. 일본에서 선자는 한수의 핏줄인 첫째 백노아(노부오)와 이삭의 핏줄인 둘째 백모세(모자수)를 낳는다. 남편 이삭이 교회 목회직을 수행하던 중 감방에 구속되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선자와 동서 언니 경희와 함께 김치를 만들어 시장에 판다. 이때 고한수의 부탁을 받은 식당 주인 김창호가 자기 식당에 김치를 만들어 달라는 일자리 제안을 받아 경희와 같이 일을 하게 된다. 2년이 흘러간 어느 날 이삭이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풀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고한수의 도움으로 오사카에 있을 폭격을 피하여 교외 농장으로 피신한다. 얼마 후 고한수는 부산에 있는 어머니 양진을 모셔온다. 선자는 한수가 몰래 계속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나가사끼에 돌을 벌러 갔던 요셉은 원폭 패해를 받아 화상을 입고 한수의 도움으로 농장으로 실려온다. 요셉은 한수가 노아의 친아버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 노아와 모자수
공부에 소질이 없고 말썽을 피우는 모자수는 시장 양말가게 아가씨를 추근거리는 남자를 때려 다치게 하여 경찰에 잡혀간다. 이때 조선인인 파친코 주인 고로가 보증을 서서 모자수를 구해주고 자기 가게에서 일하라고 한다. 16살인 모자수는 파친코 소년으로 일을 배운다. 한편 노아는 와세다 대학을 합격하여 입학 등록금 문제로 온 가족이 고민에 빠진다. 이를 알게 된 고한수가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하자 선자는 차용증을 쓰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을 원망한다. 한편 요셉은 원폭피해로 점점 병세가 심해져 죽을 날만 기다린다. 이때 김창호가 북한 선전물을 보고 평양으로 떠나려고 하자, 김창호가 자기 부인 경희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요셉은 그에게 "평양에 가지 말고 자기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김창호는 혼자 조용히 떠나고 만다.
· 친부 한수를 알게 된 노아
와세다 대학에서 노아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학생 아키코를 만나 반한다. 한편 파친고 사업에서 4년이 지난 어느 날 모자수는 파친코 사장 고로가 파라다이스 세븐 운영자를 해보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받는다. 모자수는 도토야마 가게에 정장을 사러 갔다가 재봉사 유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모자수는 유미와 같이 선교사 존에게 영어를 배우게 된다. 모자수는 그 자리에서 유미에게 결혼 프러포즈를 한다. 한편 일본인 연인 아키코는 우연히 한수를 만나고 난 후에 노아가 한수를 많이 닮았다고 아버지가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한수는 아키코와 이별을 선언하고, 곧장 오사카에 있는 어머니 선자를 만나 한수가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노아는 친아버지가 이삭이 아니라 야쿠차의 두목인 고한수이고, 야쿠차의 돈으로 대학을 다닌다는 사실에 고민하며 엄마 선자를 원망한다. 그리고 와세다 대학을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한다.
· 일본인 행세하는 노아와 그의 자살
노아는 일본인 파친코 게임장에서 일본인 행세를 하면서 경리로 몇 년간 일을 한다. 한편 모자수와 유미는 두 번 유산 끝에 남자아이 백솔로몬을 낳는다. 솔로몬이 세 살 반일 때 교통사고로 아내 유미는 사망한다. 한수는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선자를 찾아가 암에 걸렸다고 알린다. 노아는 코스모스 파친코의 책임자가 되었고 한수로부터 받은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갚는다. 그리고 매달 어머니에게 돈을 부친다. 그리고 노아는 같은 사무실 문서정리부 책임자로 일하는 아름다운 여자 이와무라 리사를 사랑하여 결혼을 한다. 노아는 리사와의 사이에 쌍둥이 큰딸 우메코와 아들 고이치 그리고 막내딸을 낳고 차별을 받지 않으려고 일본인 행세하며 살아간다.
· 모자수의 친구 하루키
모자수의 일본인 경찰 친구 소토야마 하루키는 엄마의 가게 관리 책임자인 6살 연상 이야메와 결혼을 한다. 그 후 가게를 정리하고 요코하마로 이사해 온다. 어느 날 이야메는 과거와 달리 사랑이 식은 남편이 의심스러워 미행한다. 공동묘지공원에서 하루키가 젊은 남자와 성관계를 하는 동성연애 광경을 보게 된다. 자기도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된 그녀는 여자 창녀와 성관계를 시도하다가 성접촉 순간 뿌리치고 그 자리를 도망친다.
· 노아의 자살
노아의 소식을 알게 된 한수는 선자와 같이 일본인으로 숨어 살고 있는 아들 노아의 사무실에 찾아간다. 어머니를 만나고 난 후 노아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뇌를 하고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한다. ※ 1952년 이후 재일 조선인들은 14살 생일에 지방관청에 신고하여 거주허가인 외국인 등록증을 받아야 하고 3년마다 갱신하여야 한다.
· 하나와 솔로몬
모자수는 6년 전 이혼 하고 식당을 하는 일본인 나카토미 에쓰코에게 반해 여러 번 프러포즈를 하나 에스코는 거절한다. 그러던 중 가출한 에스코의 딸 하나가 임신하였다며 엄마를 찾아온다. 한편 14살이 된 솔로몬은 외국인 등록증을 받기 위해 지방관청에 갔다 온다. 아버지 모자수와 에쓰코와 같이 생일 파티를 한다. 증조할머니 양진의 장례식 날 이후 14살 솔로몬과 17살인 하나 두 사람은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집에서 성관계를 해오다가 하나가 쪽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로부터 3년 후 솔로몬은 뉴욕의 대학으로 떠나기 전날 도쿄 장어집에서 하나로부터 스웨터를 선물로 받는다. 그 후 2년이 지나 모자수와 에스코는 결혼을 하고 미국에서 대학생이 된 솔로몬에게 전화를 한다. 하나는 도쿄에서 술집 호스티스를 하고 있었다. 몇 달 후 터키탕에서 일하는 하나를 어머니 에스코가 찾아낸다.
· 에이즈 걸린 하나를 병문안하는 솔로몬
미국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돌아온 솔로몬은 트레비스 은행 계열의 부동산 투자회사에 근무하게 되었고, 미국계 재미교포 2세인 피비를 사귀게 된다. 솔로몬은 부동산 거래에 솔로몬의 친척관계를 이용하고 난 후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는다. 하나를 병문안 간 솔로몬은 하나로부터 "일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는 파친코 사업을 물려받아야 해."라는 말을 듣는다. 에이즈에 걸린 하나는 서서히 죽어 간다. 일본에서 조선인에 대한 편견과 외로움에 지친 피비는 솔로몬과 이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솔로몬은 아버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다.
· 이삭의 무덤을 찾은 선자
남편 이삭의 무덤을 살피려 공동묘지에 찾아 간 선자는 관리인으로부터 아들 노아가 자살하기 전 나가노에 살던 시기인 1963년부터 1978년까지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어머니 양진의 무덤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묘비 아래 구덩이를 파고 노아와 모자수의 사진이 들어 있는 아크릴 열쇠고리를 파묻고 조용히 가방을 들고 경희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이민진의 <파친코>의 줄거리와 작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세 여성 양진, 선자, 경희는 강인한 어머니이자 아내이며,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며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양진, 불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남편에게 복종하고 동서의 아이와 동서의 늙은 어머니 양진까지도 보살피며 원폭 피해로 폐인이 된 남편을 간호하면서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늙어 가는 경희의 삶은 기구하다 못해 불쌍할 정도이다. 선자의 소중한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편견 속에 살아간다. 노아는 공부에 파고들고, 모자수는 폭력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자이니치(조선인)'라는 편견은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도 재일 외국인으로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아버지 파친코 사업을 물려받게 된다. 결국 작가 이민진은 장편소설 <파친코>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한마디로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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