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빙점>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죄에 대하여 그리려고 하였다. 인간의 복잡한 애증 관계 속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짓게 되는 근원적인 죄의식을 밖으로 도출시켜서 위대한 신의 존재를 느끼게 하려는 것이 작가의 목적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인간의 원죄'를 다룬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 1922~1999)는 일본 홋가이도에서 태어난 일본 여성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1964년 그녀는 42세에 잡화점을 운영하다가 남는 시간에 쓴 <빙점>을 아사히 신문의 현상 공모 소설에 출품하여 최우수작 당선되어 일약 유명 작가가 된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로 7년간 근무하였으며, 24세부터 고열 병으로 13년간 병상생활을 한다. 그때 습작한 작품이 글을 써는 데에 있어서 밑거름이 된다. 그녀는 37세 때 2살 연하인 공무원 미우라 미츠요와 결혼을 한다. 그녀는 기독교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주제로 한 많은 소설을 써다가, 노년에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다가 1999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길은 여기에>, <빙점>, <속빙점>, <순례자의 꿈> 등이 있다.
※ 미우라 아야코의 죄의 용서를 다룬 <속빙점> - 이바시리 만의 '불타는 유빙'
줄거리
· 나쓰에와 무라이
주인공인 병원장 스지구치 게이조의 아내인 26살의 아름다운 나쓰에는 5 살 아들 도오루와 3 살 딸 루리코의 엄마이다. 그녀는 남편의 병원에서 일하는 28살 젊은 미남 안과의사 무라이를 알게 된다. 나쓰에 집에 찾아온 무라이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때 3살 딸 루리코가 칭얼거리며 들어오자 그녀는 무라이와 단둘이 말하기 위해 딸을 친구 집에서 놀다 오라고 타일러서 밖으로 내보낸다. 무라이가 돌아온 간 뒤에 나쓰에는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격렬하게 피아노를 친다. 귀가한 남편 스지구지 게이조는 거실 테이블의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집에 방문하였다는 것을 직감하여 나쓰에를 의심한다. 나쓰에와 남편 게이조도 비흡연자라서 담배를 피울 사람은 없었다. 나쓰에의 친구 다쓰코는 담배를 피우지만, 그녀는 거실에 올 일이 별로 없었다.
· 딸 루리코의 죽음
딸 루리코가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자 걱정이 된 부부는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 그러나 며칠 뒤 루리코는 숲 속 강변에서 살인범 사이시라는 남자에 의해 살해당한다. 경찰의 취조로 사이시는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루리코와 놀아주려고 하는데, 루리코가 갑자기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하자 홧김에 목을 졸라 죽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게이조는'아내가 무라이와 불륜을 벌이느라 루리코를 밖에 내몰았구나!!'라고 오해를 하게 된다. 한편 루리코를 죽인 범인 사이시는 홀아비로 갓난 딸이 하나 있었다. 게이조는 나쓰에에 대한 원망이 아직 남아있는데, 루리코 사고로 정신 이상까지 보이는 나쓰에를 가엾게 보여 그냥 덮어두기로 한다. 나쓰에도 곧 회복하고 다시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 살인범의 딸이 된 요코
하지만 몇 달 뒤, 멀리 요양을 위해 떠나게 된 무라이가 다시 나쓰에를 찾아서 작별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 중 갑자기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여 키스 자국이 생긴다. 이일로 인해 게이조는 또다시 오해를 하고 분노하여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이자 유아원을 경영하는 친구 다카기에게 부탁해 사이시의 딸을 "아버지는 학생이고, 어머니는 유부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아내 나쓰에를 속이게 하고 양녀로 받아들이게 한다. 나쓰에는 아이를 '요코'라는 이름을 붙이고 정성을 다해 키운다.
· 요코의 자살 시도
요코가 자라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나쓰에는 남편의 서재를 청소하던 중 그의 다이어리에서 떨어진 메모지를 보고 살인범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로 그녀는 요코를 증오의 대상으로 보고 점점 미워한다. 그러나 요코는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내색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나 오빠 도오루의 친구인 기타하라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나쓰에는 이를 질투하여 기타하라에게 요꼬는 살인범의 딸이라고 폭로한다. 그러자 기타하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게이조의 친구이며 보육원 일을 한 다카기를 찾아간다. 그는 요코가 '살인범의 딸이 아니라 미쓰이 게이코의 딸'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실을 말해주려고 게이조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그사이 요코는 충격을 받아 부모님, 기타하라, 도오루 앞으로 세 통의 유서를 남기고, 루리코가 죽은 눈 덮힌 숲속 강가에 가서 칼모틴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여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유서에는 "제 안에 죄의 가능성(빙점)을 발견하게 된 이상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다. 핏속에 흐르고 있는 죄를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힘차게 살아온 요코의 마음에도 빙점이 있었다는 것을."라고 쓰여 있었다. 출생의 비밀의 진실이 밝혀지며 나쓰에와 스지구치는 죄책감에 절규하며 요코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면을 뒤로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소설 <빙점>의 마지막 장면에서 요코는 자신이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고, 추운 겨울 눈 덮인 숲속 강가로 간다. 제방에 오른 그녀는 하얀 눈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바라본다. 분명히 똑바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눈 위에 발자국은 이리저리 흩어졌다고 생각하면서 인생을 바르게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고 용서할 수 없었던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그리고 눈을 강물에 적셔 칼모탄을 삼킨다. 즉 빙점은 인간이 가지는 사랑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인 동시에 인간의 원죄를 다루는 소설이다. 이후 <빙점>을 원작으로 한 많은 영화, 드라마가 만들어 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KBS 2TV에서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원죄'를 다룬 <빙점>의 마지막 장면에서 요코가 자살에서 살아나는 것을 암시하였던 것과 같이 후속 편으로 '죄의 용서'를 다룬 <속빙점>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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