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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사마천 사기

개백정에서 한나라 재상이 된 번쾌에 대하여, 두주불사

by 이야기마을촌장 2024. 1. 14.

번쾌는 유방의 옆에서 무장으로 용맹을 떨치며 한고조 유방이 황제가 된 뒤 좌승상에서 상국이 된다. 일반적으로 번쾌라 함은 그를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인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는 비록 개백정 출신이지만 유방의 옆에서 경호원겸 수행비서로서 지혜롭고 언변이 뛰어나며 용감하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정치적 식견도 갖춘 인물이었다. 그래서 삼국지의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나의 번쾌"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번쾌는 관우와 장비의 중간쯤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개백정에서 한나라 재상이 된 번쾌에 대하여 그의 생애 및 활약상을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번쾌

생애

번쾌(? ~ BC 189)는 패현 출신으로 생업이 개를 잡는 백정이었다. 그리고 번쾌의 부인이 한고조 유방의 부인 여태후의 여동생이다. 따라서 번쾌와 유방은 서로 동서지간이 된다. 그는 유방의 사인(비서실장)인 동시에 마차를 동승하는 참승(경호실장)으로 항상 유방의 곁에서 그를 도우며 유방의 신임이 두텁다. 나중에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자 그는 좌승상에서 상국(재상)이 된다.

 

 

번쾌의 업적

· 유방의 곁을 따라다니며 공을 세움

번쾌는 개잡는 것을 생업으로 하였으며 항우와 비교될 만큼 힘이 센 장사였으며 유방과 함께 망탕산의 산적으로 숨어 살기도 하였다. 그 후 유방이 군사를 일으키자 그를 따라다니며 30여 회의 전투를 치르면서 적 176명의 수급을 베고 288명의 포로를 잡고, 친히 병력을 끌고 가 5개 군대를 격파하고 5개 성읍을 함락시키고 6개 군 52개 현을 평정하였으며 승상 1명, 장군 12명, 장관 11명을 포로로 잡는 전공을 세운다. 따라서 번쾌는 유방의 용감하고 충직하며 실력이 있는 신하이였다. 

 

· 함양궁에서 직언으로 유방이 민심을 얻게 함

원래 유방은 건달이라서 처음으로 함양의 궁에 들어가자 보물과 여자에 빠져 방탕하게 생활하자 번쾌가 "민심을 얻으려면 재물과 여자에 눈을 돌리지 말고 검소하게 지내야 한다."라고 직언을 하지만 듣지 않는다. 그러자 장량이 나서 "천하를 얻으려면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 이롭고, 독한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 패공께서는 번쾌의 말을 듣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하자 유방은 당장 그만두고 궁에서 물려난다. 그 결과 함안의 백성들은 포악한 항우보다 유방이 왕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여기에서 보면 번쾌는 민심을 얻는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 홍문의 연에서 유방 구출
한편 유방의 군사는 10만으로 관중땅에 먼저 들어갔으나 항우는 군사가 40만으로 훨씬 우세하였다. 그런데 항우가 유방을 적으로 생각하여 함곡관으로 진격하여 들어온다. 그리고 홍문에서 잔치를 열고 유방을 죽이려고 참석하라고 부른다. 이에 과거 장량에게 도움을 받은 항우의 숙부 항백이 장량을 찾아와 "항우는 자만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므로 유방에게 납작 엎드려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면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유방은 책사 장량의 계략에 따라 항우에게 납작 엎드려 항복한다. 그런데 항우가 유방을 죽이지 않고 망설이자, 항우의 책사 범증이 항장을 시켜 칼춤으로 죽이려고 한다. 이때 항백이 나서 칼춤을 추면서 유방을 지켜준다. 잠시 후 칼춤이 끝나자 번쾌가 목숨을 걸고 장막을 걷으며 들어가 항우를 노려본다.  그러자 항우는 그가 누구냐고 묻고 그에게 항아리 술과 돼지고기를 준다. 이에 번쾌는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항아리 술을 다 마시고 돼지고기를 먹는다. 그러자 항우는 "더 마실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번쾌는 "신은 죽음 또한 피하지 않는데 어찌 술 한잔을 사양하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두주불사(斗酒不辭)"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하게 된다. 그러면서 번쾌는 "진시황은 호랑이와 승냥이의 마음을 가져 민심을 잃고 나라가 망하였으며, 초회왕께서는 함양땅에 먼저 들어가는 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함양에 먼저 들어왔지만 재물에 손을 대지 않고 장군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장군은 상을 내리지는 않고 오히려 하잖은 사람의 말을 듣고 패공을 죽이려고 합니까, 이는 멸망한 진나라를 따라가는 일이니 장군께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며 항우에게 대항할 의사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유방은 번쾌를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후 유방이 화장실에 가려고 나오자 번쾌는 도망을 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이때 유방이 작별인사나 하고 가자고 하자 이에 번쾌는 "저들은 칼과 도마이고 우리는 도마 위에 놓인 고기인데 무슨 작별인사를 하고 도망갑니까?"라고 말한다. 잠시 후 그들은 각자 줄행랑을 친다. 시간이 지나 항우가 찾자 장량이 나서 항우에게 "유방은 힘없고 겁이 많은 졸장부라서 벌을 줄까 봐 두려워 줄행랑을 쳤다."라고 말하며 항우의 기를 살려준다. 결국 기분이 좋아져 유방을 얕잡아 본 항우는 항복만 받고 유방을 살려주게 된다. 이와 같이 홍문연(홍문지연)에서 유방을 죽일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인데 항우는 이것을 놓친다. 그 후 항우는 유방을 죽이지 않아 해하전투에서 패하여 자결하게 된다. 여기에서 보면 번쾌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목숨을 내놓고라도 직언을 하며,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게 말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경포의 반란으로 유방이 낙담할 때

한고조가 경포의 반란으로 낙담을 하여 병이 들어 정사를 돌보지 않고 오래동안 나오지 않자 번쾌는 문을 열고 들어가 "전날 폐하께서 풍현과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켜 혈기왕성하게 천하를 평정하였다. 그런데 환관만 상대하고 정사를 멀리하고 계시니 진나라 말기 조고의 일을 알지 못합니까?"라고 직언을 한다. 여기에서 조고는 환관이 승상이 되어 진나라를 망하게 만든 인물이다. 그러자 한고조는 훌훌 털고 다시 정사를 돌보기 시작한다. 이 사례를 보면 번쾌는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하는 충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회음후 한신을 대할 때

회음후 한신이 유방의 신임을 잃고 제나라의 왕에서 강등이 되어 회음후가 되어 번쾌와 같은 위치가 되었을 때 번쾌는 한신을 만나면 "대왕이 신에게 오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무릎을 굻고 절을 하며 맞이하고 배웅을 한다. 그러나 한신은 교만하여 개백정 출신인 번쾌와 같은 동격이 되었다는 사실에 분하게 생각하며 그를 무시한다. 이 일을 보면 번쾌는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쾌의 위기

· 노관의 반란시 모함으로
경포의 반란을 진압하던 중 한고조 유방이 화살을 맞아 부상을 입는다. 그러던 중 유방의 고향 친구인 연왕 노관 반란을 일으키자 유방은 번쾌를 상국으로 하여 반란을 진압하러 보낸다. 이때 번쾌와 여태후가 같이 유방의 애첩인 척부인의 아들 유여의를 죽이려 한다는 상소가 올라온다. 유방은 크게 화를 내고 당장 번괘를 죽이라고 명을 내린다. 이때 진평은 주발과 상의를 하여 나중을 위해서 번쾌를 죽이지 말고 끌고 와 황제 유방이 결정하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를 잡아끌고 압송하던 중 황제 유방이 화살을 맞은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면 권력은 여태후가 잡게 될 것이고 번쾌의 아내가 여태후와 자매 사이기 때문에 그런 번쾌를 잡아 압송하는 자기는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도 도망가지 않고 바로 장안으로 달려가서 승부수를 띄운다. 황제의 관을 붙들고 여태후가 들어라고 큰소리로 황제가 번쾌를 당장 죽이라고 했지만 죽이지 않고 그냥 살려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태후에게 이세 황제를 위해 옆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급관리인 숙위직을 간청한다. 그러자 화가 풀린 여태후는 낭중령(황제의 비서실장)에 임명하여 새 황제를 잘 보필하라고 한다. 황제 유방이 죽은 후 여태후는 개국공신 한신과 팽월을 잡아 죽이는 등 15년 동안이나 섭정으로 권력을 쥐고 흔든다. 여기에서 번쾌는 진평의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 남게 된다.

처세의 달인 유방의 책사 진평, 걸해골, 문경지치

 

처세의 달인 유방의 책사 진평, 걸해골, 문경지치

한고조 유방에게는 두 명의 책사가 있었다. 장량과 진평이다. 장량은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천하의 대세를 살펴 유방에게 조언을 하는 반면에 진평은 눈앞에 보이는 잔수 즉 임기응변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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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개백정에서 한나라 재상이 된 번쾌에 대하여 알아 보았다. 그는 항우와 비교될 만큼 힘이 센 장사이면서 동시에  조리있고 설득력이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또한 한신은 교만하여 결국 토사구팽을 당하였지만 번쾌는 자신을 낮출 줄 알고 겸손하며 예의가 바르다. 따라서 그는 용맹과 지혜 그리고 예의를 다 갖춘 사람으로 삼국지의 관우와 장비의 중간 정도 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비록 개백정으로 시작하였지만 용맹하고 충성스러우며, 지혜롭고 정치적 통찰력도 가지고 있는 선비 같은 인물로 천하가 통일이 되자 한나라의 좌승상과 상국(재상)이 되어 여러 제후들의 반란을 진압한다. 따라서  현대에 사는 우리는 번쾌의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겉모습이나 직업만을 보고 함부로 평가하여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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