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은 열네 살 소년인 주인공 모모가 느끼는 로자 아줌마와의 사랑,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로 하여금 앞으로의 남은 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하는 작품이다. 원래 작품의 제목 'La vie devant soi'는 ‘여생’, 즉 ‘앞으로 남은 생’을 의미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2020년에 스위스의 감독 '에도아르도 폰티이'가 로자 아줌마역 '소피아 로렌', 모모 역 '이브라히마 게예' 배우들로 열연한 이탈리아의 영화로도 만들져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작가소개
로맹 가리(Romain Gary, 1914 ~ 1980)는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귀화를 한 사람이다. 그는 외교관, 작가, 영화감독, 비행사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다. 그의 작품으로 <유럽의 교육>, <하늘의 뿌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자기 앞의 생> 등이 있다. 그는 여러 이름으로 책을 발표하였는데 그중 에밀 아자르(Émile Ajar)라는 필명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원래 작가에게 한 번만 주는 공쿠르 상을 본명과 가명으로 2회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다. 그는 30세 1944년에 일곱 살 연상인 '레슬리 블랜치'와 결혼을 한다. 그 후 그의 나이 49세 때 24살 연하의 여배우 '진 세버그'와 재혼하였으나 그녀는 약물로 죽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지 1년이 지난 1980년 그는 66세의 나이로 입에 권총을 넣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을 한다. 그가 죽은 후 유고 작품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을 통해 로맹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사람임이 밝혀지게 된다.
등장인물
로자 아줌마 : 폴란드 유대인으로 과거에 창녀로 살았으나, 지금은 벨빌에서 창녀의 아이들을 돌봄. 모모 : 주인공으로 본명은 모하메드이며 로자아줌마와 같이 살고 있음. 하밀 할아버지 : 알제리 출생의 양탄자 행상 노인으로 모모에게 사랑을 줌. 르 마우트 : 모모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로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온 아이. 롤라 아줌마 : 세네갈 권투선수 출신 여장 남자로 동성애자임. 카츠 선생님 : 자비심이 많은 유일한 의사. 은다 아메테 : 자수성가한 나이지리아 출신 포주로 글을 모름. 암사자 : 모모의 꿈에 나타나며 로자아줌마의 두려움의 대상. 아르튀르 : 우산에 헝겊을 두른 외다리 어릿광대 인형. 유세프 카디르 : 모모의 아버지로 뚜쟁이 포주로 11년 동안 정신병원에 수용됨. 아이샤 : 모모의 어머니인 창녀로 아이를 찾아왔다가 심장마비로 죽음. 나딘 : 성우로 영화 더빙작업을 함. 의사 라몽의 부인으로 나중에 모모를 일시적으로 맡게 됨.
줄거리
파리 외곽 노동자의 거주지 벨빌의 허름한 7층 건물 ‘은밀한 집’에는 열 살짜리 모모와 몇 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예전에 창녀이었던 늙은 로자 아줌마가 살고 있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와 가장 오래 지냈으며 부모가 누군지도 정확한 나이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은 주위 창녀의 아이들을 로자 아줌마가 맡아 키우고 있다. 이들의 생활비인 매달 200 환씩 오는 우편환이 끊기자 모모는 아르튀르를 데리고 거리에 돈을 벌러 나가기도 한다. 모모는 쉬페르라는 훔친 회색 푸들을 돌보다가 좋은 곳에서 살아라는 생각에 500프랑을 받고 팔고 나서 눈물을 흘린다. 하루는 로자 아줌마는 유일한 의사인 카츠 선생님에게 데려간다. 그런데 의사는 모모는 아주 정상이지만 아줌마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준다.
양탄자를 파는 알제리 출생인 하밀 할아버지는 모모의 말동무이며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라고 묻는 모모에게 하밀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모모에게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한 번은 모모의 친구 '르 마우트'가 주사약을 착각해서 로자 아줌마에게 헤로인을 주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녹음실에서 영화성우로 더빙을 하는 나딘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이 거리에는 은다 아메데라는 자수성가한 나이지리아 출신 포주 그리고 불쇼 하는 왈룸바 등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웃에 있는 여장 남자인 롤라 아줌마, 3층에 사는 프랑스인 철도청에 다니는 샤르메르 등 많은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롤라 아줌마는 세네갈 권투 챔피언 출신으로 동성애자를 상대로 돈을 번다.
로자 아줌마는 암에 걸리는 것을 제일 무서워한다. 그러나 사실 로자 아줌마는 암이 아니라 치매에 걸린 것이다. 모모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로자 아줌마가 정신이 온전할 때 모모의 아버지 유세프 카디르가 정신병원에서 11년을 보내고 세 살 때 맡긴 모모를 찾아온다. 모모와 같이 살기를 원하는 로자 아줌마는 아버지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때 모모는 엄마가 아이샤이며 자기를 찾으려 오다가 심장마비로 죽었고 자기는 열 살이 아니라 열네 살임을 알게 된다. 갑자기 열네 살이 된 모모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또 묻는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러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속에서부터 환하게 밝아진다.
점점 몸이 나빠지고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아는 로자 아줌마는 자주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두렵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모모는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라고 생각한다. 로자 아줌마가 점점 의식을 잃고 자주 정신이 없어지자 모모는 평소 아줌마가 원하는 대로 병원이 아닌 로자 아줌마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장소인 지하실 '유대인 동굴'에 모신다. 거기에서 로자 아줌마는 죽음을 맞이한다. 모모는 아줌마의 얼굴에 화장을 해주며 주위에 향수도 뿌려준다. 그리고 곁에 누워 타밀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떠올린다. 사람들이 냄새를 찾아 문을 부수고 들어 올 때까지 3주일 동안 모모는 그곳에서 같이 지낸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후 모모는 나딘 아줌마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모모는 마지막으로 "사랑해야 한다."라고 말을 남기며 이 소설은 끝을 맺고 있다.
맺음말
<자기 앞의 생>은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 도우며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힘없고 소외된 벨빌 이웃들의 삶을 통하여 노인 안락사 문제와 앞으로의 남은 생에 대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 또 이 작품에서 모모는 안락사를 통해 로자 아줌마의 삶을 중단시키고 싶어 한다. "생에 대한 집착이 우리의 생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고 로자 아줌마의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모모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작가는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라고 말하며 우리 사회의 노인 안락사문제에 대하여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생에 집착하지 않고 진정으로 사랑을 간절히 원할 때 생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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