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에 발표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자신의 젊은 시절의 정신적 방황을 이야기한 자전적 연작소설이다. 작품은 개별적으로 발표한 중편소설 <그해 겨울>(1979년 12월), <하구>(1981년 봄), <우리 기쁜 젊은 날>(1981년 여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1부 : 하구, 2부 : 우리 기쁜 젊은 날, 3부 : 그해 겨울 순으로 묶어 3부작의 장편소설로 출간한 작품이다. 주인공 '나(이영훈)'이 대학 입학하기 전에서부터 대학을 다니다 중퇴한다. 그리고 나는 확실한 앎, 더 큰 가치, 더 큰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몸에 독약을 지닌 채 길을 떠난다. 낙동강 하구, 서울, 강원도 산골, 경상도 산촌, 동해안을 방황하다가 마침내 약병과 유서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작품은 이러한 나의 이야기를 감성 어린 필체로 그린 여로형 소설이다. 여기에서는 이문열의 <우리 기쁜 젊은 날>의 줄거리와 작가 소개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작가 소개
이문열(1948 ~ )은 서울 종로구 출신의 한국의 소설가로 세종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로 부임하기도 하였다. 그는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 이원철이 월북하자 어머니 조남현의 슬하에서 5남매 형제들과 함께 어렵게 자란다. 따라서 초등학교 이외는 모두 검정고시로 졸업하였으며, 1965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한다. 그 후 사법시험에 실패하자 결혼과 동시에 군대를 간다. 이러한 경험이 그의 자전적 소설인 <젊은 날의 초상>을 쓰게 한다. 1977년 단편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인으로 등단하게 된다. 1987년에는 유신과 제5 공화국의 군사 독재를 비판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제1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처음에는 진보에 가깝다가 나중에는 점점 우파성향을 띠게 된다. 그의 작품 <사로잡힌 악령>을 통해 운동권과 좌파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젊은 날의 초상>, <금시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삼국지>, <사로잡힌 악령> 등이 있다.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한병태, 엄석대
줄거리
장편소설 <젊은 날의 초상>은 작가 이문열이 직접 검정고시를 치고 서울대 국어 국문학과를 중퇴하고 방황하면서 경험한 사실을 생생하게 그린 자서전적인 이야기이다.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하구'는 주인공(이영훈)이 대학 입학하기 전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보낸 낙동강 하구 강진에서의 이야기,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대학교를 다니며 문학청년으로서의 방황의 이야기, 3부 '그 해 겨울'은 학교를 떠나 떠돌아다니고 여행하면서 얻은 고통과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1부 : 하구
주인공인 '나'(이영훈)의 형은 부산 낙동강 하구 강진 포구에서 조그만 발동선으로 모래 채취 사업을 한다. 어느 날 나는 서기로 형의 사업을 도우면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라는 제안을 받고 강진으로 내려온다. 이튿날부터 모래사장 보토막에서 서기로 일하며 열 달 동안 지내게 된다. 영훈은 계획만 세우고 실천을 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라고 주문을 걸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한 번은 오한과 두통으로 혼수상태가 되어 병원에 실려갔다. 나중에 보니 장티푸스에 걸린 것이다. 오랜 기간 치료와 투병 생활을 마친 후 마을을 나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아버지 덕으로 놀고먹는 건달 김성구, 강진의 유일한 대학생인 서동호, 별장집에서 폐병으로 요양 중인 황이라는 남자와 그 여동생 등 마을사람들과 사귀게 된다. 서동호의 도움으로 나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다시 석 달가량 남은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하구에서 알게 된 사람 중에는 모래 사업을 동업하는 선주이면서 술꾼인 땅딸보 박용칠과 대머리 최광탁이 있었다. 둘은 친하게 지내다가도 박용칠의 딸은 최광탁을, 최광탁의 아들은 박용칠을 닮았기 때문에 술만 마시면 서로 시비를 걸고 다투는 것이다. 최광탁이 위암에 걸려 임종 자리에서야 둘은 폭음을 한 후 부인을 바꿔서 관계를 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 화해하게 된다. 최광탁이 죽자 박용칠은 모래 사업에 흥미를 잃고, 형은 적당한 가격으로 모래사업을 넘겨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나'와 알고 지내던 병든 황은 '여동생이 계모의 돈이 아니라 내연 관계의 남자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치욕스러워 마을을 떠난다. 요양원으로 떠난 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여동생은 내연관계를 알고 찾아온 본처에게 시달리다가 과도로 손목 동맥을 잘라 자해한다. 이미 대학에 합격한 '나'는 그 자해 소식을 들은 그날 밤 서둘러 강진을 떠나게 된다. 어느 날 서동호는 이복형이 찾아오자 충격에 빠진다. 서동호의 아버지는 사실 빨치산으로 하구에서 숨어 지냈던 것이다. 훗날 십여 년이 지난여름, 나는 강진으로 돌아와 우연히 부동산 투기 붐으로 졸부가 된 김성구를 만난다. 그에게서 강진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황의 여동생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자 그는 나를 차에 태워 다대포에 있는 작은 요정으로 데려간다. 그녀는 중년의 룸살롱 마담이 되어 있었고, 그녀와 나는 쓸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따른다.
2부 : 우리 기쁜 젊은 날
나는 대학에 진학한 첫 일 년은 성실하고 값지고 알차게 학창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무모하리 만큼 열심히 도서관의 책을 읽었다. 3개월이 지나자 나는 완전히 전공을 벗어난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군대 제대 후 복학한 김형은 나와 하가에게 정의와 양심은 참여하는 자들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그리고 문학회의 부회장인 김형의 인도로 하가와 나는 문학셔클에 가입하여 활동한다. 그러나 하가는 문학회를 떠나고 나는 남아 있었다. 하가는 가정대학의 젊은 강사에 빠졌다가 그녀가 유학을 가자 사라져 버린다. 나는 '쩌그노트'라는 술집에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신다.
그러다가 자연과학관의 강의실에서 처음 만난 혜연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하루는 그녀에게 빌린 노트를 건네주면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혜연은 "해를 따다 달라"라고 한다. 소설 중간에 '해 따기'라는 창작 동화가 나오는데 이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글이다. 혜연은 전형적인 중상류층으로 명문만을 거쳤고, 힘겹게 검정고시를 마친 풋내기인 나는 신분차이로 인해 결국 헤어지게 된다. 나는 술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다가 가정교사로 입주해 있는 집에서 늦은 귀가와 술 때문에 쫓겨나게 된다. 청량리 역 부근 무허가 여인숙에서 지내게 되며 구두닦이, 앵벌이를 하며 지내는 소년을 만난다. 그 소년은 굶는 사람, 앓는 사람이 없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열심히 돈을 모아 오만 삼천 원이 든 통장을 보여준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 하순 나는 선배의 도움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하가는 월남전에 참전하기 위해 해병에 자원하여 입소날만 기다리고 있었고, 김형은 소설을 쓰겠다고 일 년 휴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민속연구 서클에 들어오라던 세 명의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싸움을 한 후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김형이 술에 취해 계단에서 굴려 뇌진탕으로 사망한다. 충격에 빠진 나는 학업을 포기하고 도시를 떠난다. 작가는 이 시기를 "철 이른 낙엽이 날리는 시월의 오후 한 때는 아픔이요, 시련이었으되 이제는 다만 애틋함이요 그리움일 뿐인, 아, 그 기쁜 우리 젊은 날."라고 말하고 있다.
3부 : 그 해 겨울
처음에 '나'는 광부가 될 작정으로 강원도 탄광을 찾았다가 막장이 내려앉아 두 명이 광부가 매몰되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하고 도망친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고기잡이 배를 타볼 작정으로 동해안의 조그만 어촌을 찾아간다. 그러나 선주는 공부나 하라며 받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닷새나 걸어 도착한 곳이 술집이었다. 마지막 돈으로 숙박비를 치르고 술도 한잔 마시고 잠에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빈털터리에 낯선 곳에 있었다. 경북 산촌에서 나는 먹고 자는 것 이외에 용돈을 받는 조건으로 '방우'라는 허드레 일꾼 노릇을 하면서 면소재지 술집 겸 여관집에 있게 되었다. 그 집은 잎담배 감정원이 도착하자 매일 밤 술자리가 벌어지고 색시들의 웃음이 넘쳐 흘렸다. 그 집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증을 보게 된 지서의 차석이 나를 범죄자 취급하였다. 나는 할 수 없이 이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나는 바다로 향했다. 이백 리 넘는 길을 걸으며 폐병쟁이 등 많은 행인들을 만났다. 그날 오후 늦게 유부남을 만나 인생을 망쳤다는 서너 살 위인 친척 누나를 만나 그녀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보낸다. 친척 누나는 나중에 교수가 된다. 다음 날 폭설이 내려 떠나지 말라는 데도 불구하고 길을 떠났다. 나는 세 시간이나 넘게 눈 덮인 창수령 재를 넘어 첫 번째 주막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칼갈이 중년의 남자를 만난다. 바로 이틀 전 개울가에서 칼을 갈던 사람이었는데 그도 대진 바다에 간다고 하였다. 칼갈이는 "나는 죽이러 가고 자넨 죽으러 가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반체제 단체 소속으로 배신자의 밀고로 감옥에 십구 년이나 갇혀 지내다가 이제 풀려난 마흔 살 정치범이었다. 칼갈이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합법적으로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 칼로 대진에 살고 있는 밀고자를 암살하러 가는 것이었다. 나와 칼갈이는 서로 헤어졌다. 나는 영마루를 넘고 눈보라 속을 걸어 대진 바다에 도착한다. 내가 바닷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파도가 언 발등을 녹였다. 그리고 나는 바닷가 바위에 기대어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울었다. 바닷가에서 나는 '절망'에서 귀중한 자유를 얻게 되었다. 내가 어느 정도 슬픔과 허탈에서 벗어났을 때 칼잡이 사내가 초췌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는 상자 안에 들은 칼을 바다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다. 나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대진에서 밀고자는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아내와 부스럼 투성이 남매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배고파 울고, 아내는 죽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배신자는 그를 만나자 죽여달라고 빌었다. 이에 그는 거절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훗날 주인공이 그를 찾아보니, 칼갈이 지식인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주인공 영훈도 자살을 포기하고 오랫동안 지녔던 약병과 유서를 바다에 던져 버린다. 이튿날 나는 중앙성 상행열차를 타고 어느 복숭아 과수원을 지나고 있었다
맺음말
여기에서 이문열의 <우리 기쁜 젊은 날>의 줄거리와 작가 소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작가는 젊은 날의 고뇌와 정신적인 방황, 갈등을 다루어 한 단계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는 성장통에 대해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대진 바다에서 '절망이란 존재의 끝이 아니고 진정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지니고 있던 유서와 약병을 바다에 내던진다. 이로써 그의 방황은 끝을 맺게 된다. 질풍노도와 같은 청년의 시기에 확실한 앎, 더 큰 가치, 더 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여정이 실로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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