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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감상/세계명작

펄 S. 벅의 대지- 왕룽과 오란 롄화 이화, 왕이 왕얼 왕싼, 왕위안과 메이링

by 이야기마을촌장 2024. 6. 1.

펄 S. 벅의 <대지>는 총 3부작으로 청나라 말기 농민 봉기로 인한 격동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가난한 농부 왕룽이 황부자집 여종 오란과 결혼하여 살다가 가뭄으로 고향을 떠난다. 그들은 남방에서 어렵게 지내다가 우연히 금화를 얻게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많은 농토를 사들여 부자가 되는 과정을 시작으로 아들 왕이, 왕얼, 왕싼을 거쳐 손자 왕위안까지 왕씨 일가 3세대에 걸친 서사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여기에서는 펄 S. 벅의 3부작 <대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대지

 

작가 소개

사이든스트리커 (Pearl Sydenstricker Buck, 1892 ∼ 1973)은 미국의 여류소설가로 한국 이름은 박진주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나 선교사였던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10여 년간 자랐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마친 후 중국 남경대학의 교수가 된다. 그녀는 ‘푸른 눈의 중국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생에 걸쳐 중국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담아낸다. 1917년 중국의 농업기술박사인 John L. Buck과 결혼하여 지적장애인 딸을 낳는다. 1931년 3부작인 <대지(The Good Earth)>로 1932년 소설 부문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1938년 미국의 여류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한다. <대지>는 1부 <대지>(1931년), 2부 <아들들>(1933년), 3부 <분열된 가족>(1933년)으로 총 3부작 <대지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지> 속 왕룽의 딸로 그려진 인물은 정신지체가 있는 자신의 큰딸이기도 하다. 펄 벅은  4부 <붉은 대지>를 집필하던 중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따라서 미완성으로 남게 된 <붉은 대지>는 문화 대혁명 당시 중국과 왕룽의 증손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다룰 예정으로 기획되었다. 

 

 

1부 : 대지

1세대주인공 왕룽과 아내 오란에 대한 이야기로 주로 농사와 농토 구입에 대한 주제로 농사짓고 돈을 모으고 땅을 사들이며 거부가 되어 첩을 두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 남방으로 간 왕룽 부부
주인공이자 가난하지만 성실한 농부 왕룽(王龍)은 가장 부자인 황씨 댁의 여종 오란(玉蘭)을 아내로 맞이한다. 선천적으로 부지런한 농부인 왕룽과 얼굴은 못생겼지만 알뜰하고 강직한 아내 오란은 밤낮 열심히 일해서 생활에 점점 여유가 생긴다. 그러자 힘들게 모은 돈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황씨 댁 전답을 사들이기도 한다. 식구도 늘어나고 재산도 늘어나고 만사가 다 잘 풀리는 듯했지만, 큰 가뭄이 들어 굶주림으로 죽기 직전까지 몰린다. 결국 왕룽 일가는 아내 오란의 의견에 따라 남방으로 떠난다.

 

· 부자가 된 왕룽

남방에서 왕룽은 인력거를 끌고, 오란은 구걸을 하며 굶지 않고 겨우 살아나간다. 어느 날 왕룽은 둘째 아들이 푸줏간에서 고기를 훔쳐온 것을 보고 아이들이 도둑놈으로 자라겠다는 걱정에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전쟁이 일어나면서 살기 어려워진 빈민들이 들고일어나 부잣집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왕룽과 오란도 한 부잣집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많은 돈과 보석을 손에 넣게 된다. 그 후 고향으로 돌아와 황씨 댁의 남은 땅과 주위의 땅을 사들여 큰 부자가 된다.


· 왕룽의 여인들
지주가 된 왕룽은 재산을 불리고 소작인들을 부리고, 성내 다방의 기생 롄화(蓮華)를 둘째 아내로 맞아들이는 등 농사일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롄화가 시집오면서 몸종 겸 식모로 데려온 두취안(杜鵑)은 오란이 황씨 집에서 종살이하던 시절 그녀에게 횡포를 부린 적이 있어 왕룽의 집안에 더 큰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오란은 남편이 젊고 예쁜 첩을 맞이한 사실을 알고 가슴앓이하다가 결국에는 극도로 쇠약해져 죽게 된다. 그제야 왕룽은 오란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는다. 이후 왕룽은 도적의 부두목이라며 위협하던 작은아버지와 말썽꾸러기 사촌을 피하여 황씨 댁 저택으로 집을 옮기고, 젊고 어여쁜 종 리화(梨花)를 셋째 아내로 삼고 외로움을 달랜다. 리화는 왕룽의 둘째 아내 롄화의 시중을 드는 종이었고 흉년에 그녀의 아버지가 은 20냥에 왕룽에게 팔았다. 왕룽은 난봉꾼인 사촌 아우에게 희롱당할 위기에서 구해 곁에 잠시 두었다. 사실 리화는 왕룽에게 첩이라기보다 양딸과 같은 존재이다. 

 

· 왕룽의 세 명의 아들들
큰 아들 왕이는 왕룽의 뒤를 이어 대지주가 되고, 둘째 아들 왕얼은 거상이 되며, 막내아들 왕싼은 몸종인 이화에게 연정을 느꼈는데 아버지가 그녀를 세 번째 부인으로 삼자 가출하여 남방의 군벌에 입대해 군인이 되어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돌아온다. 어느 날 노환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던 왕룽은 두 아들이 토지를 팔려고 하는 것을 듣고 크게 노한다. 왕룽은 두 아들에게 "우리는 땅에서 나왔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희들도 땅만 가지고 있으면 살 수 있어. 아무도 땅을 빼앗아가지는 못한다. 만약 땅을 판다면 그걸로 끝장이야."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두 아들은 서로 눈길을 마추지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2부 : 아들들

2세대왕룽의 세 아들 왕이, 왕얼, 왕싼(왕후)에 대한 이야기로 성 (城)에서 향락, 군벌, 퇴진을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왕룽의 셋째 아들 왕후가 군벌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그리고 세 형제가 서로 필요할 때 돕고 도움 받는 과정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 첫째 왕이와 둘째 왕얼
결국 아버지 왕룽이 노환으로 사망하자, 첫째 왕이(王一, 왕따大)는 너무 넓은 땅을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소작인에게 붙이고 추수 때 돈이나 쌀을 받아 더 많은 수입을 발생한다. 그리고 일부 땅은 팔아 동생 왕얼에게 돈을 주어 관리하게 한다. 그는 호사스럽고 게으른 지주가 된 것이다. 나중에 첫째 왕따두 아내를 두고 가족 모두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재산과 토지는 점점 줄어든다. 둘째 왕얼(王二)은 형의 돈을 받아 곡물상과 대부업을 하여 재물을 모으는 약삭빠른 장사꾼이 된다. 셋째 왕싼(王三, 후에 왕후王虎)는 대부분의 땅을 팔아 현금화하여 둘째 형에게 관리를 시켜 이익을 매달 군자금으로 받아간다. 둘째 왕얼은  타고난 약삭빠른 상인기질로 형이 소유한 전답을 대거 사들여 소작료를 챙기고 여러 사업을 벌여 크게 성공한다. 그러나 인정이 없고 지나치게 인색하여 자기 아들들에게 원망을 산다. 왕룽의 세 번째 부인이었던 리화는 왕룽이 죽자 정신지체인 딸과 왕이의 자식으로 버려진 곱사등이를 끝까지 돌보며 같이 산다. 

 

· 셋째 왕싼
왕싼은 지역의 군벌에서 인정받는 부대장이 되고, 말로만 혁명을 외치며 현실에 안주하는 상관을 미워하여 백여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독립하여 탈영한다. 그는 부하를 이끌고 작은 군벌 '표범'을 물리치고 현의 사령관이 되어 사실상 현을 통치한다. 그는  '호랑이 장군 왕싼'이라고 불리며, 토벌에 나선 관군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치고 공문을 올려 명목상으로는 관군 신분이 될 정도로 처신한다. 작은 군벌에서 점차 무기를 늘리고 병사를 늘려가며 2만 명에 이르는 중대 규모 군벌이 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군대를 동원하여 작은 성과 작은 마을을 얻고 치안을 보장해 주며 군대 유지를 위한 세금을 거둔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간 왕싼은 첫째 부인 노부인에게서는 딸만 둘을 얻고 두 번째 부인에게서 유일한 아들인 위안을 얻게 된다. 왕싼은 아버지가 되고, 안정을 원하게 되면서 자신이 꿈꾸던 신 중국 건설에는 결국 나서지는 못한다.

 

 

3부 : 분열된 가족 

3세대왕후의 아들 왕위안에 대한 이야기로 도시에서 신 문물자유혁명, 세대 갈등 등의 주제로 격변하는 중국의 신시대에서 몰락해 가는 왕씨 일가를 그리고 있다.

 

· 몰락하는 왕씨 일가

당시 중국 시대상황은 외국으로부터 신문물이 들어오고, 높은 소작료와 수탈로 고생을 하던 소작인들과 농민들의 봉기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왕룽의 큰아들 왕이 집안은 무위도식하면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소작료를 계속 높여 받아 소작인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둘째 아들 왕얼 집안은 계속 돈을 벌기만 하고 인색하게 생활하며 높은 이자율로 주위 사람으로부터 불만과 불평을 사게 되며 농민 봉기가 일어나자 신정부와 농민들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셋째 아들 왕후의 집안에 왕싼의 외아들 왕위안은 군벌의 후계자로 꼽혔지만 적응하지 못한다. 억지로 아버지가 정해준 여자와 결혼할 뻔하다가 결국 상하이로 이주해 신식 교육을 받게 된다. 거기서 혁명단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하다가 사형 직전에서 뇌물을 주고 겨우 빠져나와 미국으로 유학 간다. 미국에서 농사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사촌동생 왕멩의 추천으로 교수가 된다. 

 

· 흩어지는 왕씨 집안

왕씨 일가는 고향에서 농민들의 폭동으로 농토를 모두 다 잃게 된다. 첫째 왕이의 집안은 아들 하나가 상하이에 은행 부은행장이 있어 상하이로 이주하고, 둘째 왕얼의 집안은 삼촌 왕싼 밑에 들어간 아들 곰보가 부유한 상업도시를 지배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셋째 왕싼은 아버지의 옛집으로 도망가 들켜 농민들에게 몰매를 맞은 후 앓다가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 왕위안을 만나고 죽게 된다. 애초에 농민들이 반란의 배경은 왕얼에게 있었다. 왕싼이 아들의 유학 자금과 군자금 등으로 왕얼에게 돈을 빌려 썼는데, 왕얼은 욕심으로 이자와 대부 원금을 꼬박 다 받아낸다. 이러한 상환 부담으로 왕싼의 군대는 한때 2만의 정예부대가 백여 명으로 쪼그라든다. 왕싼의 군대가 힘이 없어지자 왕얼의 착취를 참고 참던 농민들이 일시에 봉기한 것이다. 결국 왕얼의 탐욕으로 화를 자초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왕이의 두 아들은 혁명군에서 중책을 맡고 있었고, 위안에게 혁명군에 가담하라고 했던 군사학 가정교사는 고위직이 되었다. 위안의 이복누이 아이란은 부유하지만 여자관계가 좋지 않은 연애 소설가와 결혼한다. 한편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위안은 혁명운동 때 만난 여자나 미국에서 만난 여자보다도 노부인을 친어머니 같이 모시는 고아인 양동생 메이링을 사랑하게 된다.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펄 S. 벅의 3부작 <대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 소설은 백인 우월주의 및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쓰였다고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호인 루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1부 <대지>에서 왕룽과 오릉이 비참하게 거지 생활하는 것, 부자가 된 왕룽이 소녀 리화를 첩으로 삼는 것 등이 "중국 청나라 말기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한 채 백인 우월주의 및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가난한 중국 농민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하여 중국인의 수치와 치부를 드러내었다."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펄벅은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푸른 눈의 중국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생에 걸쳐 중국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그녀의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한편 1937년에 펄벅 <대지>를 원작으로 주연 배우들이 중국인이 아닌 백인으로 한 흑백 영화가 만들어져 상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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