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의 불 지피기 - 관념이 없는 죽음의 과정을 그린 단편 소설

본명이 존 그리피스 체니인 잭 런던은 부랑아 생활을 하면서 사회주의에 눈을 뜨게 된다. 그는 <강철 군화>라는 작품을 통해 니체의 초인 사상과 사회주의를 혼합하여 노동자의 정권이 자본가의 무력에 의해 붕괴되는 과정을 묘사하여 레닌과 트로츠키가 그의 독자가 된다. 그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여기에서는 관념이 없는 죽음의 과정을 그린 잭 런던의 단편소설 <불 지피기>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존 그리피스 체니(잭 런던, 1876 ~ 1916)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대학을 중퇴하지만 미국의 소설가인 동시에 사회평론가이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의붓아버지 밑에 자라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신문 배달, 통조림 공장 직공 등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는다. 그는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알래스카로 떠나 일 년 반 만에 빈 손으로 돌아온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자연주의 작품 속에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작은 정치 집단에서 행패를 부리는 등 부랑자의 생활도 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주의자가 된다. 1904년 러일전쟁 당시 특파원으로 조선에 방문하여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를 출판하기도 한다. 그는 노동자를 모아 협동 농장을 만들어 농촌 공동체 건설을 꿈꾸고 많은 돈을 투자하였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로 실패한다.  그의 대표작품으로는 <비포 아담>, <강철 군화>, <늑대개>, <달의 계곡> 등이 있다. 

 

 

줄거리

열정은 넘치나 상상력이 결핍한 한 사나이가 봄에 유콘 강기슭에서 통나무 배를 내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하 107도 강추위 속에서 핸더슨 수로로부터 10마일 떨어진 물길이 갈라진 곳에 가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점심으로 비스킷 빵을 먹고 돌아와 저녁 6시 동료를 만나 야영할 계획으로 늑대개와 같이 길을 떠난다. 그는 엄청난 추위 속에 열두 시에 강이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한다. 사나이는 엄청난 추위에 손과 발이 동상으로 마비되자 불을 피우려고 한다. 나뭇가지를 찾아 작은 불씨를 살려 불을 피우고 가져온 비스킷 빵을 먹었다. 사나이는 담배를 피운 후 다시 물길이 갈라지는 곳으로 오르는 수로 길을 따라 길을 나선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두 발의 감각은 사라지고 성냥을 켜기 위해 장갑을 벗은 손가락의 감각도 빠르게 마비되어 간다. 그는 젖은 신을 말리기 위해 마른풀과 작은 나뭇가지를 모아 조심스럽게 불을 붙인다. 그러나 나뭇가지 위에 있던 눈이 녹아 떨어지는 바람에 모닥불을 꺼뜨린다. 그는 추위로 인해 손이 얼어 감각이 마비되어 다시는 불을 피우지 못한다. 할 수 없이 그는 늑대개를 죽여 몸 안에 손을 집어넣어 감각을 찾으려고 하였으나 그마저도 추위로 인해 손이 마비되어 뜻을 이루지 못한다. 사나이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속에서 계속 달리면 두 발이 녹으리라고 생각해 야영지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다가 비틀거리며 쓰려진다. 사나이는 앉아서 당당히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바로 그 순간 사나이는 서서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며 편안하고 달콤한 졸음 속으로 빠져든다. 더 이상 주인이 움직이지 않자 늑대개는 야영장 방향으로 길을 따라 걸어간다. 음식과 불을 마련해 줄 다른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잭 런던의 단편 소설 <불 지피기>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작가 잭 런던은 주인공 사나이의 부주의나 실수에 대해 비난하거나 아니면 동정과 연민을 보이거나 하는 주관적인 감정이나 관념을 표현하는 것이 없이 그저 담담하게 죽음에 대해 그려나가고 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인 사나이 역시 죽음에 대한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단지 작가는 한 부주의한 사나이가 영하 107도의 추위에 어떻게 죽어가는가 하는 동사의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한편 작가 잭 랜던은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끝에 문단에 등단한다. 그에 대한 평가로 "평생 마르크스와 니체, 다윈 사이를 오락가락한 작가"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자연주의 작가로 미국 현대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