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에 출판된 미국의 자연주의 소설가 스티븐 크레인의 단편소설 <구명정>은 신문사의 특파원으로 재직 중 배를 타고 쿠바로 취재여행 중 난파된다. 이때 3미터 구명정을 타게 된 4명이 험한 파도와 풍랑을 견디고 헤엄쳐 1명은 죽고 3명이 가까스로 생존한다. 스티븐 크레인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구명정>을 통해 위기에 직면한 인간이 서로에게 느끼는 진정한 동지애와 신뢰감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작가 소개
스티븐 크레인(Stephen Crane, 1871 ~ 1900)은 미국의 신문기자이자 시인, 소설가로, 미국 최초의 자연주의 작가이다. 그는 29살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의 작품은 사회적 사실주의의 길을 열었으며, 헤밍웨이 등 현대 미국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그는 빈민가의 소녀가 타락해 가는 모습을 그린 장편 소설 <거리의 여자 매기>를 발표하여 유명해진다. 쿠바와 그리스에서 종군 기자로 활약하였으며 대표 작품으로 <붉은 무공 훈장>, <구명정> 등이 있다.
등장인물
· 신문사 특파원 : 작가 크레인 자신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였으며 기관사와 함께 구명정의 노를 젓는 일을 맡는다. 구명정에서 참기 힘든 고난의 시간에 여러 번 자연에 대해 원망과 비난을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철저히 무관심한 존재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 커머도어 증기선 선장 :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증기선이 침몰할 때 부상 당한다. 뱃사람들은 그에게 절대적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보인다. 그는 나머지 세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고 배의 항로를 결정하며, 결코 잠에 빠지지 않은 채 항상 배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인다. · 기관사 빌리 : 자기 일을 끈기 있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으로 증기선이 침몰하기 전 기관실에서 이중 당직 근무를 하여 누구보다도 피로에 지쳤다. 그러나 주어진 노 젓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였으며 해안에 가까이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한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다. · 요리사 : 수다스러우며 어린아이 같은 낙천적인 사람으로 항상 모든 일이 밝은 쪽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껴 긴장하는 순간에도 좋아하는 파이를 생각할 정도로 현실 감각이 모자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구명정 안으로 들어온 바닷물을 퍼내는 일이다.
줄거리
신문사 특파원은 쿠바 취재를 위해 전쟁 물자 및 쿠바 독립군 자원자를 싣고 출항한 증기선 커머도어를 타고 쿠바를 향해 떠난다. 그러나 항구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배는 모래톱에 얹혀 끌어내려고 하는 중 파손된다. 이틀 지난 후 항해 중이던 배는 결국 침몰하고 만다. 이때 배가 침몰할 때 부상을 당한 선장, 끈기 있고 성실한 기관사 빌리, 밝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요리사와 함께 신문사 특파원은 3미터 구명정을 함께 타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는 4명이 구명정을 타고 거센 파도와 풍랑을 헤쳐나가며 해안가까이 노를 젓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요리사는 바닥에 웅크리오 앉아 배에 고이는 물을 퍼내고 있다. 기관사는 노 하나를 잡고 배의 방향을 조정한다. 신문사 특파원은 다른 하나의 노를 잡고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선장은 부상들 당한 채 뱃머리에 누워서 "빌리 배를 좀 더 남쪽으로 향하도록 하게."라고 말하며 배가 나아갈 방향을 지시한다. 구명정을 탄 4명은 험한 파도를 뚫고 해난 구조소 아니면 대피소가 있는 모스키토 인렛 등대 북쪽 육지로 다가갔으나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그들은 스스로 해변에 도착하기로 작정한다. 거센 파도 속에서 요리사는 구명정에 밀려든 바닷물을 퍼내고 신문사 특파원과 기관사 빌리는 계속 노를 젓는다. 그러자 선장은 자기 외투를 돛 대신 설치하기로 한다. 그러자 기관사는 돛의 방향을 조정하고 항해가 순조롭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파도가 몰아치자 신문사 특파원과 기관사 빌리는 다시 노를 젓기 시작한다. 그들은 거센 풍랑 속에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며 생각에 잠긴다. 바로 그 순간 큰 파도가 밀려와 구명정이 전복하려고 하자 그들은 얼른 바다 한가운데로 배를 돌려 침몰을 면하게 된다. 그들은 거센 파도와 풍랑 속에서 억지로 버티며 구조되기를 기다린다. 해안을 바라보는 중 마침 해안을 거닐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그들은 구조해 달라고 소리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간구한다. 그러나 해안가의 사람은 날이 어두워져 바다에 있는 구명정을 알아보지 못한다. 밤의 어두움 속에서 그들은 해안까지 가려고 서로 교대로 노를 젓는다. 다들 피로에 지쳐 잠에 빠지고 마지막으로 신문사 특파원 혼자 노를 저으며 깨어 있는 순간 잊어버렸던 시가 머리에 떠오르며 알제에서 죽어가는 외인부대의 병사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거친 파도 속에서 구명정은 해안 가까이 가면 파도에 떠밀려 뒤집히므로 절대 해안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해변 가까이 표류하다가 각자 스스로 헤엄쳐 해안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드디어 그들 4명은 구명정을 버리고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4명 중 3명은 무사히 해안에 도착하였으나 기관사 빌리는 얼굴을 바닥에 댄 채 얕은 물속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결국 죽고 말았던 것이다. 밤이 되자 흰 파도들이 달빛에 젖은 채 밀려왔다 밀려가는 장면을 뒤로하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작가 크레인은 소설 <구명정>의 네 명의서로 다른 개성의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험난한 바다를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을 냉정하고 절제된 필체로 생생한 상황 묘사와 적절한 문학적 비유를 통해 생동감과 현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은 단순한 바다 모험담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써 위기 속에서 서로 돕는 동지애와 신뢰감으로 각자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와 고통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꺾이지 않는 인간의 용기와 인내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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