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세련된 가학과 피학의 에로티시즘으로 추구한 소설가로서 일본 탐미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탐미주의의 극치로 고통과 슬픔이 뒤엉킨 <슌킨 이야기>는 샤미센과 고토의 대가인 스승 슌킨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제자 사스케가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찔러 실명하는 섬뜩한 경외감으로 가득한 마조히즘적 사랑과 복종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것은 한(恨)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의 영화 <서편제>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서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춘금초)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 문학적 성향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 ~ 1965)는 도쿄시 나혼바시에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국문과를 중퇴하였으나 일본 탐미주의·예술지상주의·악마주의의 대표적인 소설가가 된다. 그는 노벨 문학상에 수차례 이름이 올라 최종 5명 명단에도 들기도 한다. 만약 그가 1년만 더 살았더라면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아니라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문학적 성향은 활달하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경외심,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묘사, 근친상간에 가까운 관계 설정 등으로 탐미적이고 악마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학적 성향은 작품 「슌킨이야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의 대표 작품에는 <치인의 사랑>, <여뀌를 먹는 벌레>, <만지>, <슌킨 이야기(춘금초)>, <미친 노인의 일기> 등이 있다.
· 독특한 사생활
그는 1915년 29세에 자기보다 9살 아래 이시카와 지요를 만나 결혼을 한다. 당시 아내보다 6살 적은 14세인 처제 세이코를 맡아 양육한다. 너무 순종적인 아내 지요를 사랑하지 않은 다니자키는 활달한 성격의 처제를 좋아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친구 사토 하루오는 지요에 동정심을 가지게 되어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러자 다나자키는 아내 지요를 친구 사토에게 양도한다는 합의문을 동료와 사람들에게 발표하였으나 마지막에는 약속이행을 거절한다. 격분한 친구 사토는 절교를 선언하는데 이 사건을 '오다와라 사건'이라 한다. 실연당한 사토는 <꽁치의 노래>라는 작품을 통해 지요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나중에 화해하면서 1930년 다니자키는 아내 지요와 이혼하고, 친구 사토는 그녀와 재혼을 하여 약속은 이행되게 된다. 그 후 그는 처제와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세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파격적인 사생활로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는 처제 세이코를 모델로 하여 여주인공 나오미를 그린 소설 <치인의 사랑>은 그의 초기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줄거리
주인공 슌킨은 부유한 약재상 집안 아가씨로 안질로 9살에 시력을 잃었지만 고토와 샤미센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다. 반면에 누쿠이 사스케는 가난한 상인 집안에서 온 견습생으로 사실 ‘머슴살이’하는 신세이다. 슌킨이 11살일 때 15살 소년 사스케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학교 놀이를 시작한다. 사스케는 이미 첫눈에 반한 데다, 고토를 매개로 사제지간까지 맺는다. 사스케에게 슌킨은 범접하기 힘든 경외심의 대상이 된다. 슌킨은 맹인이었지만 집안의 재력과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고토와 샤미센 명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엄격하고 가혹한 도제식 수련방식에 특유의 가학적인 체벌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삽니다. 어느 날 깊은 밤 누군가가 그녀의 잠자리에 침입해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얼굴에 부어버린 사건이 발생한다. 그 결과 화상으로 인하여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잃게 된다. 심지어 슌킨은 평생 수발을 들어온 사스케에게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그러자 사스케는 "스승님의 얼굴을 망가뜨려 저를 힘들게 하려고 한 짓이라면 그 모습을 제가 안 보면 그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스승이 흉측해진 얼굴이 노출될까 불안하지 않게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된다. 스승과 제자 둘 다 나란히 장님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스케는 스승의 모시고 심지어 슌킨의 목욕까지 시중을 들며 함께 한다. 오히려 그것이 그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된다. 이제 사스케는 슌킨과의 혼례를 거부할 정도로 슌킨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고 모시게 된다. 사스케는 "나는 맹인이 되고 나서 오히려 이 세상이 극락정토라도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스승님과 단둘이 살아가면서 연화대 위에 사는 기분이었다. 스승님의 얼굴의 아름다움을 마음속 깊이 보게 된 것은 맹인이 되고 나서였어. 그 밖에 손발의 부드러움, 피부의 윤기, 목소리의 아름다움도 진정으로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신령님이 다시 앞을 보게 해 주신다고 말씀하셔도 거절했을 것이야. 스승님도 나도 맹인이 되어서야 눈 뜬 자가 모르는 행복을 맛보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뒤로하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춘금초)>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1933년에 <춘금초>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슌킨 이야기>는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그저 탄식만 나올 뿐, 더할 나위가 없는 걸작"이라고 평가할 만큼 최고의 탐미주의 작품이다. 또한 맹인 스승 슌킨은 제자 사스케를 학대함으로써 삶을 지탱하고, 사스케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경외감을 가지고 숭배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조히즘적인 사랑과 복종을 그린 소설이다. 아무튼 <슌킨 이야기>는 여러 번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발표 바로 이듬해인 1935년 영화로, 1975년에는 오페라로도 제작되고, 특히 야마구치 모모에가 슌킨 역을 한 1976년 영화가 유명하였으며, 2008년에도 다시 영화로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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