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설국>으로 1968년 일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유럽의 허무주의,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생긴 일본 문학계의 신감각파의 대표작가로 활동한다. 여기에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생애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설국>, <이즈의 무희>, <고도>, <천마리의 종이학>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 ~ 1972)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동경제국대학 국문학부를 나온 소설가로서 도쿄에서 청년기를, 가마쿠라에서 말년기를 보낸다. 그는 2살 때 아버지, 3살에 어머니, 7살에 할머니, 15살에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려서부터 혼자의 고독과 쓸쓸함을 견디는 불운한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 성장기 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스승 구라자키 준이치로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난 후 느낀 감정을 쓴 자전적인 소설 <스승의 관을 어깨에 메고>라는 작품을 쓴다. 그리고 그는 20살 무렵일 때 중학 2학년 14살인 이토 하쓰요라는 카페 여종업원과 약혼을 한 후 파혼하기도 한다. 그는 작품 <설국>으로 일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여 1968년에 일본인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는 유럽의 허무주의, 미래파, 표현주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신감각파의 대표적 작가로서 활약하였으며, 그의 작품으로는 <설국>, <이즈의 무희>, <고도>, <천마리의 종이학>, <호수> 등이 있다. 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3년 뒤에 자택 작업실에서 73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그의 죽음에 대하여 복용하고 있던 수면제로 인한 사망, 난방기구 조작 실수로 인한 사망했다는 사망설과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에 충격을 받아 자살, 늙음에 대한 공포로 자살했다는 자살설이 있다. 아무튼 그가 죽은 후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이 제정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 작품
· 설국
<설국>은 무용연구가인 주인공 시마무라가 찾아 간 에치고유자와 온천을 배경으로 남편이 사망한 후 스승의 아들 유키오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온천으로 들어온 게이샤 고마코와 유키오의 새로운 약혼자로 간호를 위해 간호사 공부를 하는 소녀 요코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일본스럽게 서정적으로 표현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암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설국>은 불교, 유교, 토속신앙 등의 동양사상이 깊게 깔린 심리소설이면서 사색소설이다. 즉, 현실을 넘어선 직감과 정신성을 작품에 부여하는 등 절대미의 완성을 위하여 현실성을 부정한다. <설국>은 사건의 흐름을 시간의 순서대로 하지 않고 사건 중심으로 전개한다. 다시 말하면 주인공이 온천장을 1차 방문 시에 신록의 계절인 5월로 당시 고마코는 게이샤가 아닌 순수한 소녀이다. 2차 방문 시에는 12월로 기차 차창에 비친 요코를 훔쳐보는 장면으로 그녀의 죽음을 암시하고, 시마무라는 게이샤가 된 고마코와 재회하며 그녀에게 관능미를 느낀다. 3차 방문에 고마코의 연정을 표현하며 화재로 인한 요코의 죽음으로 작가는 인생의 허무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 <설국>은 "국경의 긴 터널(지금의 다이시미즈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해 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시마무라는 북쪽 지방 눈이 많이 내리는 온천 거리의 고마코라는 게이샤에 끌려 몇 년 동안 계속하여 에치고유자와 온천장을 찾아간다. 물론,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헛된 것임을 알면서도 시마무라는 그녀에게 끌린다. 시마무라는 고마코의 일기를 보고 온천에서 스승의 아들 유키오의 치료비를 버는 것은 '헛수고'이다고 말한다. 그는 고마코를 통해 유키오의 약혼자 젊은 요코를 알게 된다. 시마무라에 대한 고마코의 사랑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시마무라는 여인의 아름다움에 깊이 매혹되면서도 요코의 신비스러움과 지순함에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게 된다. 소설의 결말에서 화재로 인한 요코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만, 죽음 자체도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처럼 소설은 그리고 있다.
· 이즈의 무희
<이즈의 무희>는 19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도쿄제국대학 입학 후 이즈반도를 여행했을 때 실제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1926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20살 도쿄대 학생인 주인공 나는 이즈반도 여행에서 5명으로 구성된 유랑극단을 만나 동행을 한다. 나는 유랑극단에 14살 북 치는 소녀 무희 가오루를 만나 마음에 설렘을 느끼고, 시모다항에서 도쿄행 배를 타고 떠나는 나를 배웅하는 소녀는 고개만 끄떡이면서 서 있고, 나는 선실에서 누워 눈물을 흘린다. 이 소설은 신분상의 차이를 넘어 어린 무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헤어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청춘 성장소설이다. 즉 <이즈의 무희>는 일본적 서정성으로 청춘의 설렘과 이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일본판 '황순원의 소나기' 또는 '알퐁소 도테의 별'이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40쪽의 단편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자기의 마음의 뒤틀린 고아의식과 우울감이 무희 가오루를 만나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 고도
<고도(古都)>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천년의 도시 교토에 바친 1962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작품은 교토를 배경으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이다. 교토의 봄. 벚꽃을 감상하며 봄을 맞이하는 축제인 하나미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 주인공 치에코는 교토에서 기모노 천을 파는 포목점을 하는 집안의 외동딸이다. 그녀는 친딸이 아니라 가게 앞에 버려진 아이를 입양하여 키운 딸이지만 착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근심과 허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름. 기온마쯔리에 참배를 하러 간 치에코는 똑같은 얼굴의 산골 아가씨인 쌍둥이 여동생 나에코를 만난다. 그녀는 기타야마의 삼나무 숲 시골마을에서 혼자 씩씩하게 살아간다. 가을.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나에코는 치에코의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한다. 나에코는 언니 치에코의 소개로 알게 된 베 짜는 집안의 장남 히데오로부터 청혼까지 받지만 히데오가 원래 치에코를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신분의 차이 때문에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와 결혼할 경우 언니 치에코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겨울. 치에코는 부모님께 동생 나에코의 존재를 알리자 부모님은 그녀를 친딸처럼 거두겠다고 말한다. 치에코는 나에코에게 말하고 같이 살기를 권하지만 나에코는 거절하고 하룻밤을 같이 머물고 기타야마 삼나무 숲으로 되돌아간다.
· 천마리의 종이학
주인공 미타니 기구치는 다도(茶道) 대가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산다. 어느 날 아버지의 연인이며 제자인 지카코로부터 가마쿠라 엔카쿠지에서 열리는 다도회의 초대장을 받는다. 다도회에 참여한 기구치는 천마리 학이 수 놓인 보자기의 아가씨 이나무라를 소개받는다. 바로 그날 기구치(25살)는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오타 부인(45살)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 일이 있은 후 보름이 지나 오타부인의 딸 후미코가 기구치의 집으로 찾아온다. 엄마 오타 부인을 용서해 달라고 하며 전화도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비 오는 날 딸 몰래 기구치를 찾아와 다도실에서 차를 마시고 간 오타부인은 그날 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한다. 기구치는 후미꼬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죽음을 심장마비로 처리한 후 장례를 치른다. 후미꼬는 어머니의 유품인 기노 물병을 기구치에게 선물로 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카코는 이나무라와 결혼을 서두르며 후미꼬에게 방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기구치가 이나무라와의 결혼을 거절하자 지카코는 후미코가 과거에 결혼을 했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나중에 기구치는 후미코를 찾아가 그녀가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후미코는 기구치를 만나러 와 자기가 선물로 준 어머니의 입술연지가 묻은 찻잔을 깨뜨리고 기구치의 무릎에 쓰러져 거부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인다. 다음 날 기구치는 연락이 되지 않는 후미코를 찾아가나 그녀가 여행을 떠나 집에 없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미코가 죽음에 가까이 있다고 하였던 말을 떠올리며 "어제 후미코가 순순히 몸을 맡긴 것은 죽음의 순수함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생애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설국>, <이즈의 무희>, <고도>, <천마리의 종이학>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대표하는 작품은 196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 <설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려서부터 혼자의 고독과 쓸쓸함을 속에서 자란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인생의 고독과 허무감을 그의 작품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그는 허무의 인생을 살아왔던 신감각파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에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제목의 수상 소감문을 읽으면서 일본인의 정서와 선불교사상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대단한 애국심과 자부심을 가진 작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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