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화는 지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중국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인물(신농)이 등장하기도 한다. 신화에는 자연 숭배와 동물 상징이 많으며, 특히 용, 거북이, 봉황 등은 힘과 번영을 상징한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옛 이름인 '탕롱(Thăng Long)'도 '떠오르는 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베트남 지형의 특성상 고유의 신화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신화로는 건국신화로 "용의 자손"이라고 하는 베트남 민족의 기원을 설명하는 락롱꾸언과 아우꺼 신화와 베트남인의 자연숭배 사상을 보여주는 물고기 정령 신화 등이 있다. 이렇듯 베트남 신화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신과 인간이 상호작용을 하며,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초월적 능력과 윤회적 세계관을 나타낸다. 그 결과 베트남인의 삶의 철학과 정신적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락롱꾸언과 아우꺼의 신화
락 롱 꾸언(Lạc Long Quân)과 아우 꺼(Au Cơ)의 신화는 한국의 단군신화와 같은 베트남의 건국 신화이다. 락 롱 꾸언(낙룡군, 貉龍君) 숭람은 한국의 단군과 같이 베트남의 시조가 된다. 이 신화는 베트남 민족의 기원을 설명하며, 베트남인들이 "용의 자손"으로 불리는 이유를 담고 있다. 이 신화는 베트남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원을 바다의 용왕과 산의 요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믿게 하며, 민족적 자부심과 단결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 락롱꾸언 숭람
염제 턴농(신농, 神農)의 3세손 데밍(제명, 帝明)은 4세손인 록뚝(녹속,祿續)으로 하여금 낀 즈응 브엉(경양왕)에 봉하여 남방을 다스리게 하고, 그 이름을 씩뀌국(적귀국)이라 한다. 씩뀌국은 현재의 중국 운남성에서부터 바다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 낀 즈엉 브엉은 용왕 동정군(Dong Dinh Quan)의 딸 턴롱(용녀)과 결혼해 아들 숭람을 낳으니 그가 바로 락 롱 꾸언이다. 락 롱 꾸언은 씩뀌국을 다스려 백성들에게 농경을 가르치고,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씩뀌국(적귀국)이 황금기를 맞이하자 용궁으로 들어간다.
· 락롱꾸언과 아우꺼의 만남
북방의 데 라이 왕이 씩뀌국(적귀국)을 정복하려 하자, 락롱꾸언 숭람은 물에서 나와 데 라이 왕을 물리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데라이 왕과 그의 딸 아우 꺼(구희, 嫗姬)가 남쪽으로 여행 중에 검은 새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때 락롱꾸언이 나타나 아우꺼를 구해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어 결혼하게 된다. 락롱꾸언 숭람은 바다의 용왕으로, 강력한 힘과 마법을 지닌 존재이다. 아우꺼는 산의 요정으로,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한 여신이다.
· 반랑국 건국
아우꺼는 결혼 후 100개의 알을 낳고, 이 알에서 100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락롱꾸언과 아우꺼는 서로의 본질적인 차이(바다와 산의 정령)로 인해 함께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아이들을 나누기로 한다. 50명의 아이는 락롱꾸언과 함께 바다 용궁으로 가고, 나머지 50명은 아우꺼와 함께 퐁쩌우의 산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 사람들은 스스로 '용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이들 중 가장 강한 장남 훙 브엉(웅왕, 雄王)이 베트남 최초의 국가인 반랑국(Văn Lang)을 세운다. 이 나라는 베트남 민족의 기원이 된다.
물고기 정령 신화
이 신화는 바다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 정령에 관한 이야기로, 자연과 인간의 갈등 및 초자연적 존재와의 대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인들의 용맹함과 자연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베트남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연 숭배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물고기 정령의 등장
바다에는 길이가 50장(丈)이 넘고, 발이 여러 개 달린 지네 같은 모습의 거대한 물고기 정령이 살고 있었다. 물고기 정령은 바람과 파도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배를 공격하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백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 선도항
물고기 정령은 바닷가를 가로지르는 이빨 모양의 바위 아래 큰 구멍에 살고 있었다. 그곳은 바람과 파도가 세차 배가 지나갈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선인(仙人)들이 나타나 바위를 뚫고 다른 뱃길을 열려고 한다. 물고기 정령은 흰 학(鶴)으로 변하여 산 위에서 울어댔다. 그러자 선인들은 이미 새벽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금 이곳을 선도항이라 부른다.
· 용군과의 대결
이렇게 백성들이 물고기 정령으로 인해 고통을 받자, 용군(龍君)이 나타나 물고기 정령을 물리치기 위해 뜨겁게 달군 쇠뭉치를 준비한다. 배를 몰아 물고기 정령이 사는 바위에 이르러 사람 하나를 먹이로 던져주는 시늉을 하자, 물고기 정령은 입을 벌려 삼키려고 한다. 그때 그는 물고기 정령의 입에 시뻘건 쇠뭉치를 던져 넣으니, 물고기 정령은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 지형의 기원
용군은 그 꼬리를 베고, 껍질을 벗겨내어 산 위에 펼쳐놓았다. 지금 그곳을 백룡미라 부른다. 물고기 정령의 대가리는 바다 밖으로 흘러가더니 개로 변하여 달아났다. 이에 용군은 노로써 바다를 메운 후 그걸 베어버렸다. 그러자 그것은 개 대가리로 변했다. 지금 그곳을 구두산이라 한다. 물고기의 몽뚱이는 만구로 흘러가 지금 거기를 만구수라고 부른다. 이렇게 물고기 정령의 몸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각각 특정 지형이나 장소의 기원이 된다. 이 이야기는 베트남의 자연 지형에 대해 신화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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