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 작은 일탈
조용한 어둠이 내려앉은 뒷동산, 한걸음 한걸음 길을 걷는다. 작은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은 적막한 오솔길. 탁 탁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없이 걷고만 있다.
문득 주위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노래를 불러본다 소리를 질려본다.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또 걷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 때문에 걷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걷고 또 걷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에 길은 점점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들 사이로 희미한 안개 속에 작은 호수가 나타난다. 발 아래 풀을 헤치며 호수로 향하자 신발은 이슬에 축축이 젖는다.
하염없이 호수 위에 비친 달그림자를 바라본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다. 마치 죽은 사람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나도 죽으면 이 안개처럼 피어올라 하늘로 날아갈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이 되려고 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갑자기 이름 모를 산새의 외마디 울음소리에 번쩍 정신이 든다. 호수를 따라 피어오르는 안개를 바라보며 다시 길을 걷는다. 저 멀리 동쪽 산 위에 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늘과 세상이 밝아 온다. 어느덧 물안개는 사라지고 나는 터벅터벅 길을 걷고 있다.
목이 마르다. 점점 갈증이 심해진다.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셨으면......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냉장고에 시원한 맥주를 마셔야지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걷는다. 아니 뛰어본다. 마음은 조급해지며 가슴은 헉헉 숨이 찬다.
얼마가지 못해 지쳐서 걸음이 느려진다. 갈대가 무성하고 들꽃이 피어있는 흙길을 따라 말없이 마냥 걷고 있다. 저 멀리 작은 개울이 흐르고 나무로 만든 다리가 보인다. 개울 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나무다리에 멈춰 아래를 내려본다. 맑고 깨끗한 물속에 물고기들이 떨어진 잎에 이리 몰려왔다 저리 몰려간다. 흐르는 물결 따라 내 마음도 흘러간다.
얼마쯤 지났을까? 따사로운 햇볕에 살포시 잠이 밀려온다.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어디로 가는 걸까? 포근한 햇빛을 등에 받으며 무작정 걷고 있다. 흙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나무들이 더욱 울창해진다. 잎사귀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바람에 흔들려 마치 춤추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 지으며 걷는다.
한순간 목이 마르다. 나무들 사이로 작은 오두막이 보인다. 한걸음에 달려가 산속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작은 나무창을 통해 한줄기 햇살이 식탁 위 물병에 내리쬔다. 벌컥벌컥 정신없이 물을 들이키자 갈증이 해소되고 온몸에 활기가 돈다. 천천히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초원과 숲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평화를 만끽한다. 다시 길을 떠나기 전, 짧은 순간이나마 갈증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마음에는 새로운 결의와 희망이 자리 잡는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앞을 향해 또다시 걸어가고 있다. 자연의 품 안에서,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말없이 걸어가고 있다.
전체 시 감상평
"꿈속 작은 일탈"은 고요한 자연 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성찰과 평화를 묘사한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 시는 화자가 자연 속을 걸으며 겪는 두려움, 고독, 희망, 그리고 평화를 잘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여 독자도 함께 사색과 휴식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이 시는 각 연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의 성찰과 내면의 여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각 연별 감상평
1연
조용한 어둠 속에서 화자가 홀로 걷는 모습은 고요함과 동시에 고독감을 느끼게 합니다. 적막한 오솔길에서 들리지 않는 산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는 화자의 내면을 더욱 강조하며, 그의 고독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이 연은 독자로 하여금 고요한 분위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2연
두려움과 고독이 화자를 사로잡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화자에게 큰 두려움을 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러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이 연은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3연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과 함께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길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암시합니다. 나무들 사이로 나타난 작은 호수는 화자에게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제공합니다. 이 연은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4연
호수 위에 비친 달그림자와 물안개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물안개를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하는 화자의 모습은 깊은 철학적 성찰을 나타냅니다. 이 연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5연
산새의 울음 소리에 정신이 들며 다시 길을 걷는 화자의 모습은 자연의 소리에 대한 감각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아침 햇살과 함께 밝아오는 세상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며, 화자의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이 연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도감을 찾는 과정을 잘 묘사합니다.
6연
목마름과 갈증은 화자의 육체적 고통을 상징합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상상은 현실 속 욕구를 반영하며, 화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냅니다. 이 연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갈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7연
갈대와 들꽃이 피어있는 흙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나무다리에 멈춰 맑은 물 속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화자는 자신의 마음도 흐르는 물결 따라 흘러가듯 평온함을 찾습니다. 이 연은 자연 속에서의 명상과 평화를 잘 나타냅니다.
8연
따사로운 햇볕에 잠이 밀려오는 순간은 화자의 피로와 휴식을 상징합니다. 길을 다시 걷는 모습은 포근한 햇빛 아래에서의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내면의 평온을 찾는 여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9연
작은 오두막에 도착한 화자는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와 물병의 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합니다. 창문 밖의 아름다운 풍경은 화자에게 마음의 평온을 주며, 이곳에서 잠시나마 평화를 만끽합니다. 이 연은 안식처와 같은 오두막에서의 평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10연
마지막 연은 길을 떠나기 전 갈증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새로운 결의와 희망이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자연의 품 안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화자는 다시 여정을 이어갑니다. 이 연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며, 전체적인 시의 마무리를 잘 장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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