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역사>는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인간이 저지른 바보짓과 실패에 대해 10개의 주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작품은 제1장 '우리 뇌는 바보'로 시작하여 제10장 '미래를 못 내다본 실패의 간략한 역사'로 끝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서 제2장 '아, 좋았던 환경이여', 제3장 '생명은 살 길을 찾으리니'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제2장 '아, 좋았던 환경이여'
인류는 13,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초승달 지대에서 농경을 시작함으로써 과거 수렵채취 시기 보다 더 심하게 부의 불평등이 생기고, 전쟁과 질병, 전영병 등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적인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인류는 현재까지 전혀 지적이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반복하여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아래에서 환경에 대하여 인간이 자행하는 흑역사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 미국 더스트 볼(Dust Bowl)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서부에 약 10년간 비가 오지 않아 먼지 폭풍이 대기를 뒤덮어 1~2m 앞이 보이지 않게 되는 환경 재앙이다. 10년간 이어진 가뭄과 먼지 폭풍으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였으며, 수백만이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그 발생 원인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광대한 대평원 초원지역을 농토로 개간하여 밀을 생산함으로 말미암아 표토를 지탱하던 풀뿌리가 말라죽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환경을 마음대로 바꾸다가 의도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다.
· 사라진 아랄해
1960년대부터 소련정부가 방대한 함수호인 아랄해 주변의 사막에 목화재배를 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아랄해로 들어가는 아무 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 결과 아랄해는 물이 말라 크기가 10분이 1로 줄어들고, 호숫물의 80%가 사라져 사막 건조화가 심각하게 되어 죽은 호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업에 종사하던 6만 명의 어부들이 실업자가 되고, 주민들에게는 호흡기 질환과 암에 심각하게 발병하게 된다.
· 쿠야 호가강의 화재
미국 오하이오주 공업지대 클리브랜드 시에 수질 오염이 심각하여, 도심을 관통하는 개방하수에 흐르는 5cm 두께의 기름폐수로 인해 100년 동안 13회에 걸친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 당국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1972년 청정수질법을 통과한 이후 점차 수질이 개선되었다.
· 멕시코만의 데드존(Dead Zone)
미국 남부 농토에 뿌려진 비료가 씻겨 바다로 들어가 바다에 플랑크톤과 해조류가 번성하고 확산되었다. 그 결과 바다는 산소 고갈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 하게 되는 죽음의 해역이 되었다.
·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태평양에 남한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 쓰레기 지대가 북태평양 환류에 의해 갇혀 끝없이 순환한다. 이는 1950년대부터 사용한 플라스틱 83억 t이 버려져 생긴 쓰레기로 지구표면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 이스트 섬의 모아이 석상
이스터 섬에는 높이 20m, 무게 90t의 수많은 거석상만 세워져 있다. 섬에서 모아이 석상만 남게 된 주요 이유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책 <문명의 붕괴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스터 섬은 좁고 평탄한 지형으로 춥고 건조하여 나무를 베면 자연적으로 보충하기 힘든 조건이다. 섬 주민들이 모아이 석상을 세우기 위해 많은 나무를 벌목하면서, 섬의 숲이 점차 사라져 토양 침식, 농업 생산량 감소, 생태계 붕괴로 이어졌다. 그 결과 자원이 고갈되면서 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 이후 유럽 탐험가들이 섬을 발견하면서 전염병을 전파하고, 노예로 잡아가면서 인구 감소와 사회적 붕괴가 가속화되었다.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의 사례는 환경파괴로 인한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의 한 예이다.
제3장 '생명은 살 길을 찾으리니'
· 인간의 바보짓
파르테논 신전은 1687년 오스만제국 화약창고로 쓰다가 폭발로 인해 유적지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세계 고대 7대 기적 중에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은 BC 356년 그리스 사람 헤로스트라투스가 이름을 날리기 위해 방화로 불태워 버린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인 벙깍 호수는 아파트 새로 건축한다는 미명 아래 매립 당해 사라진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계곡에 위치한 6세기경에 만들어진 각각 높이가 55미터와 38미터의 거대한 두 개의 거대한 불교 유적인 바미안 석불을 2001년, 탈레반 정권은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파괴하여 버린다. 마야의 거대한 피라미드 노물은 2013년 건설업자가 자갈을 구하기 위해 파괴한다. 캐나다의 유콘 준주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슬림스 강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사라졌다.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반경 400km 이내 유일한 나무인 테네레 나무는 술 취한 트럭 운전사에 의해 쓰러진다.
· 호주 토끼 수입
185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토머스 오스틴이라는 부유한 목양업자가 사냥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영국으로부터 토끼 24마리를 수입한다. 그 결과 토끼는 엄청나게 번식하여 초목을 먹어치워 환경을 파괴한다. 1920년에는 100억 마리로 추산되자 이번에는 당국에서 토끼를 잡아먹는 패럿(족제비)을 도입하고, 울타리를 치고 총이나 덧으로 잡아보지만 실패한다. 지금은 점액종증이나 출혈성 바이러스 등 생물무기를 이용하여 퇴치를 시도하고 있다.
· 나일 퍼치
나일강에서 서식하고 1.8m에 이르는 농어과 포식성 물고기인 나일 퍼치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 호수에 도입한다. 아름다운 색깔의 관상어인 수백 종의 시클리드가 번성하고 있는 빅토리아 호수에 나일 퍼치를 도입하자 500여 종의 물고기가 멸종하게 되는데 그중 200여 종이 시클리드이었다.
· 칡
미국 남부의 더스트 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30년대 일본에서 칡을 도입한다. 그런데 이때 칡벌레도 같이 유입되어 칡을 먹어치워 2009년에는 미국 전체의 칡의 3분의 1이 사라지게 된다.
· 아프리카 여왕벌
브라질에 사는 워릭 이스테방 커는 탄자니아에서 수입한 '아프리카 여왕벌'과 '유럽 벌' 간에 이종교배를 시도하던 중 아프리카 여왕벌 26마리가 탈출한다. 이들이 적응하고 번식하여 남미, 중미, 미국까지 확산한다. 이들이 독성이 기존의 벌의 10 배나 강하여 '살인벌'이라는 불리게 될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게 된다.
·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제사해운동은 1958년 마오쩌둥에 의해 주창된 4가지 유해동물인 모기, 쥐, 파리, 참새를 공중 보건 위생을 위하여 박멸하자는 운동을 말한다. 그들은 참새는 곡식 이외에도 메뚜기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간과해 10억 마리의 참새가 없어지자 구름과 같은 메뚜기 떼가 출몰하여 온갖 곡식들을 싹쓸이한다. 뒤늦게 참새 대신에 빈대로 바꾸지만 이미 늦어 대기근이 찾아오게 된다. 그 후 2004년 중국정부는 사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향고양이, 오소리 등을 집단 살처분 단행하였다.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 유럽찌르레기
1890~1891년 영국으로부터 유럽찌르레기 총 100마리를 미국에 도입한 이래 살아남은 32마리가 번식하여 오늘날 2억 마리로 번식하여, 농작물을 싹쓸이하고 각종 질병을 전염시키며, 분변으로 인한 냄새, 항공기 비행 방해 등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
· 환경피해동물
뉴질랜드 고양이로 인해 날지 못하는 앵무새 '카카포'가 멸종위기에 있으며, 해충박멸을 위해 도입된 사탕수수 두꺼비로 인해 호주 토착동물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동부회색청서로 인해 영국 아일랜드 붉은 청서가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도입된 흰줄 숲모기로 인해 각종 질병이 퍼지고 있으며, 가물치는 미국에 유입된 후 점점 거대화되고 토착화되어 작은 토착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있다.
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역사3 - 진시황, 루트비히 2세, 루흐바나, 빌헬름 2세
맺음말
여기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서 제2장 '아, 좋았던 환경이여', 제3장 '생명은 살 길을 찾으리니'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인간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바보짓으로 인해 인류의 유산과 아름다운 환경이 파괴되어 왔다. 생태계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단순한 생각으로 도입한 한 생물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보았다.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생물의 도입이나 박멸할 때에는 더욱더 조심하고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 지면관계상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시간에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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