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여류 소설가이며 페미니스트인 바이올렛 헌트의 단편소설 <마차>는 죽음의 마차를 타고 가면서 여자 두 명과 남자 두 명 그리고 회색 프록코트를 입은 사나이인 5명의 유령들이 나누는 각자의 죽음에 대한 사연을 그린 이야기이다. 작가 바이올렛 헌트는 <마차>에서 죽음에 대하여 염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괴로운 삶을 빨리 마감하게 해 준 가해자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까지 한다. 여기에서는 바이올렛 헌트의 단편소설 <마차>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작가 소개
바이올렛 헌트(1862~1942)는 영국 더럼에서 태어난 여류 소설가로 그녀의 아버지는 예술가 알프레드 윌리엄 헌트이고 어머니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마가렛 레인 헌트이다. 그녀는 활동적인 페미니스트이며 1908년 여성 작가의 참정권 리그를 창립하고 1921년 국제 팬클럽 창립에 참여한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자서전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장편소설 <시든 잎의 하얀 장미>, 소설집 <불안한 자들의 이야기> 등이 있다.
줄거리
북극 가까이에 있는 지방에 폭우가 내린 여름 성 요한의 날 하루 전 밤에 흑단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회색 프록코트를 입고 중산모를 쓴 사나이가 도심 길거리에서 구식 마차를 기다리고 있다. 격식을 갖춘 마부 디고리 영감이 모는 마차가 도착하자 문이 열리고 승간 계단이 내려진다. 그는 마차를 타고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마차에는 부인 2명과 사나이 2명이 타고 있었다. 유아위탁처리업 여자, 세련된 차림의 여자, 구석자리의 사나이, 코르텐 복장의 사나이들이 유리창 밖을 내다보자 젊은 처녀 둘이 탄 이륜마차의 말이 가까이 오다가 유령들을 보고 놀라 마차와 함께 도랑으로 처박힌다. 그러자 한 부인이 그 아가씨들은 죽어서 다음 정거장에서 타게 될 것이다고 말하며, 시간을 때우기 위해 유령들은 각자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사연을 말하자고 한다. 먼저 세련된 차림의 여자는 "얼마 전 모든 신문에 다나와 있는 이야기라서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은 아직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았어요. 진짜 그렇게 된다면 참 안 됐지요. 어느 날 단체 여행을 하다가 만나게 되겠지요."라고 말한다. 구석자리의 사나이는 "내 직업은 약제사로 퇴행성 정신병자인 미치광이지요. 애인을 죽이고 배를 갈라 내장으로 사랑의 매듭을 만들어 놓았지요."라고 이야기한다. 다음은 코르텐 복장을 한 사나이가 "나는 돈 많은 부잣집 사유지에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있었다. 어느 날 마누라쟁이하고 애새끼가 돈 때문에 불평을 해대서 집을 나와 역 앞을 지나간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려 숲 속 지름길로 걸어가는 바로 그 부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앞질러 가서 숨어 그를 식칼로 죽여 주머니에 있는 시계, 도장, 현금 1파운드로 신문을 사고 남은 19실링 11펜스를 강탈하였다. 그래서 교수형을 당하여 목에 상처가 생겼다"라고 이야기한다. 다음 순서로 회색 프록코트의 사나이는 "나는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준 나를 살해한 불쌍한 인간에게 아무런 원한을 품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나의 생명줄을 깨끗하고 완벽하게 끊어준 세련된 수술 솜씨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있던 코르텐 복장의 사나이는 "어르신 때문에 제가 목에 이런 상처 자국을 얻게 되었단 말입니까?"라고 묻는다. 연장자인 회색 프록코트의 사나이는 "세련되고 단호한 수술을 해주신 데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당신의 봉사를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상아가 달린 지팡이를 선물로 주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하면 코르텐 복장의 사나이가 죽인 백만장자는 회색 프록코트를 입은 사나이인 것으로 서로 같은 죽음의 마차를 타게 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유아위탁처리업 여자는 "나는 내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단 말입니다. 온갖 갓난애들이 나한테 달려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는 그 애들과 마주치게 될지 모르지요. 아휴 지겨워!"라고 말한다. 마차가 여관 앞뜰 비슷한 곳에 도착하자 유령들은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한 사람씩 내려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노신사가 내리자 이륜마차를 타고 조랑에 처박힌 젊은 아가씨가 혼자 마차를 탄다. 노신사가 우리 때문에 놀라서 죽은 것이라며 미안해하자 아가씨는 "그 사건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어요. 언니 루시는 아직 죽지 않고 도랑 바닥에 누워 있다."라고 오히려 위로한다. 노신사를 아가씨가 마차에 오르도록 도와주고 인사로 모자를 들어 올린다. 마차는 마당을 빠져나가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먼동이 트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바이올렛 헌트의 단편소설 <마차>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그녀의 작품 <마차>는 죽음에 대하여 염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 중 회색 프록코트의 사나이는 자기를 죽인 살인자에게 원한을 품지 않고 "나의 생명줄을 깨끗하고 완벽하게 끊어준 세련된 수술 솜씨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또 세련된 차림의 부인은 자기를 죽인 살인자에게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은 아직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았어요. 진짜 그렇게 된다면 참 안 됐지요."라며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이 작가는 작품에서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도 없는 죽음에 대한 염세적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책감상 > 세계명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 황금만능주의 시대의 위대한 인간 (96) | 2024.04.29 |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 - 인간적인 예수와 혁명가 유다의 모습? (12) | 2024.04.29 |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 - 일곱살 여자아이 앨리스의 질투심의 결과는? (94) | 2024.04.28 |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 해리의 죽음의 의미는? 헬렌 (89) | 2024.04.27 |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 노파 그라임즈의 삶과 더 가치 있는 삶이란? (95) | 2024.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