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발표된 김근우의 장편소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는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황당하면서도 기묘한 설정 속에서 외로운 인간들의 연대와 화해를 그린다. 서울 불광천을 배경으로, 전 재산 4,264원뿐인 삼류 소설가, 주식 투자 실패로 몰락한 여성, 외로운 독거 노인, 그리고 그 손자가 우연히 얽히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는 기괴한 알바극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단절된 현대인의 고립과 가족의 부재, 그리고 진짜 관계를 갈망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작가소개
김근우(1980 ~ )는 서울출신으로 선천적인 하반신 신경계 이상을 가진 장애인으로 태어난다. 그는 9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이 좋지않아 결국 중학교 중퇴한 후 소설에 전념한다. 1996년 PC통신에 연재한 <바람의 마도사>로 일찍이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후 장르소설을 다수 집필하였다. 2015년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로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학교폭력, 왕따 등의 학교 문제를 다룬 소설 <우수고 스트레스 클리닉>을 발표한다. 이후 장편소설 <흑기사>, <괴수>, <위령>, <피리새> 등을 발표한다. 기이한 상상력과 블랙 코미디적 설정,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인간 군상 묘사로 현대의 문제를 드러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등장인물
· 나: 전 재산 4,264원뿐인 무명 삼류 소설가. ‘진짜’ 소설가로 인정받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다. · 여자: 주식 투자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은 젊은 여성. 허세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으나 중형 아파트 소유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 노인: 불광천 인근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독거 노인. 가족처럼 기르던 고양이 ‘호순이’를 잃자, 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아달라는 기이한 의뢰를 낸다. · 손자(꼬마): 노인의 어린 손자. 속은 영악하지만 아직 순수한 아이. 할아버지의 외로움과 가족의 갈등 속에서 중재자 같은 역할을 한다. · 호순이: 노인이 기르던 고양이. 상징적 존재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줄거리
· 사건의 발단
서울 불광천 인근 아파트에 홀로 사는 노인은 자신이 가족처럼 아끼던 고양이 ‘호순이’가 사라지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호순이가 천변의 오리들에게 잡아먹혔다고 믿으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사진으로 증명해오면 1천만 원을 주겠다”라는 전단을 붙인다. 황당무계한 제안이었지만, 가난에 시달리던 삼류 소설가 ‘나’와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린 여자는 이 일을 돈벌이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 기묘한 아르바이트
‘나’와 ‘여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불광천을 헤매며 오리들을 찍는다. 매일 사진을 노인에게 제출하고 하루 5만 원씩 받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점차 이 과정은 그들의 생활 전부가 된다. 사진 속 오리들은 그저 평범할 뿐이었지만, 노인은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어느 오리가 ‘호순이를 잡아먹은 범인’인지 집착적으로 골라내려 한다. 이 부조리한 알바를 통해, 서로 낯선 인물들이 묘한 동료애를 쌓기 시작한다.
· 관계의 확장
어느 날, 노인의 손자인 꼬마가 합류한다. 꼬마는 아버지가 노인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할아버지 곁에 남아 그를 돕기로 한다. 이제 네 사람은 매일같이 모여 사진을 찍고, 함께 밥을 먹고, 청소를 하며 거의 가족처럼 지낸다. 노인은 이들과 대화하면서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나’와 ‘여자’ 역시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다. 가난과 실패로 절망하던 이들이 노인의 곁에서 일시적이지만 공동체적 안식을 찾은 것이다.
· 진실에 다가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점차 의문을 품는다. 정말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었을까? 정황은 허술했고, 고양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와 ‘여자’, 꼬마는 ‘호순이’가 이미 죽었거나 사라졌음을 직감하지만, 진실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었다. 노인의 집착이 곧 그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기 때문이다.
· 가짜 해결책
세 사람은 노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른 고양이를 구해와 ‘호순이’라 속이고, 노인의 아들은 포상금을 노려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은 증거 사진”이라는 조작된 이미지를 들이민다. 노인은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잃었던 고양이가 돌아온 듯 위안을 얻는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해프닝이지만, 그 안에서 노인은 잃어버린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한다.
· 새로운 가족의 탄생
결국, 네 사람은 처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진정한 관계를 맺는다. ‘나’와 ‘여자’는 노인의 곁에서 글쓰기와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꼬마는 외로운 할아버지의 말벗이 되어준다. 노인은 더 이상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에 집착하지 않고, 함께하는 이들 속에서 따뜻한 연대를 발견한다. 완전하지 않고 허술한 관계였지만, 그 안에서 모두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
· 평가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는 황당한 전제와 블랙 코미디적 상황 속에서, 현대인의 외로움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진짜와 가짜, 돈과 가족, 외로움과 동료애가 교차하며, 결국 “완전하지 않은 삶도 완전하다”. 즉 '인생이 이상적이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관계를 맺고 의미를 찾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기발하면서도 따뜻한 상상력,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묘한 유머와 서정이 공존하는 소설”이라 평가하였다.
맺음말
이 소설은 단절된 현대인의 삶에 ‘작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잃은 노인, 실패한 청춘 남녀, 그리고 꼬마가 함께 만들어낸 기이한 동거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 안에야말로 인간다움이 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그들은 비로소 서로에게 이름을 불러주며 진짜 가족이 된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는 우리에게 불완전한 삶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 블랙코미디적 휴머니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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