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대 고종실록 4 - 고종의 치세와 사건들(1905~1907) 및 고종의 죽음

조선의 제26대 국왕 고종(1852 ~ 1919)의 이름은 이희(李熙)이며 아명은 명복(命福)이고 초명은 이재황(李載晃)이다. 고종은 남연군의 아들 흥선군 이하응과 여흥부대부인 민씨의 둘째 아들로 1897년 10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초대 황제가 된다. <고종실록>는 총 52권 52책으로 구성되며 그의 재위기간 1863년 12월부터 1907년 7월까지 43년 7개월 동안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을 일본의 총독부가 편년체로 적은 역사서이다. 여기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서 대한제국 이후의 고종의 치세와 사건들(1905~1907)  및 고종의 죽음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고종의 치세와 사건들(1905 ~ 1907)

· 을사 늑약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고종에게 군사적 압력을 넣어 1904년 8월 제1차 한일 협약을 체결하여 고문정치를 실시한다. 그 후 1905년 4월 대한제국군을 감축한다. 1905년 11월 9일 서울에 온 이토 히로부미 조선통감은 고종 황제에게 일왕의 친서를 바쳐 고종을 위협하고 1905년 11월 15일 한일협약안을 제시하면서 조약 체결을 강압적으로 요구했다. 이 무렵,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와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가 궁궐 내외를 포위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고종 황제가 조약 승인을 거부하자, 일본은 조정 대신들을 상대로 위협·매수에 나선다. 하야시 곤스케는 외부대신 박제순을 일본 공사관으로 불러 강박하고, 통감은 모든 대신과 원로대신 심상훈을 숙소로 불러 회유와 강압을 되풀이한다. 회유와 강압 끝에 다수의 지지를 얻게 된 통감과 하야시 곤스케는 11월 17일 경운궁에서 어전회의를 열도록 한다. 그러나 고종황제는 강압에 의한 조약 체결을 피할 목적으로 대신들에게 결정을 위임한 상태였다. 5시간이 지나도록 결론에 이르지 않자 초조해진 통감은 하세가와 군사령관과 헌병대장과 함께 일본헌병 수십 명을 끌고 궐내로 들어가 고종에게 강요와 협박을 한다. 이에 고종은 직접 대신들에게 가부를 묻는다. 참정대신 한규설, 탁지부대신 민영기, 법부대신 이하영은 무조건 불가를 썼고,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은 찬성을 표시하였다. 이 찬성한 다섯 명을 을사오적이라 한다. 통감은 각료 8 대신 가운데 5 대신이 찬성하였으니 가결되었다고 선언하고 궁내대신 이재극을 통해 그날 밤 황제의 칙재를 강요한다. 이로써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 간에 ‘한일 평화 조약’ 또는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다. 그 결과 조선은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통감부가 설치되어 통감정치가 실시된다. 

· 을사 늑약 반대 운동
조약의 체결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각계각층에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호소하였다. 고종은 미국 공사 헐버트에게 을사늑약의 무효를 알리는 밀서를 보낸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가쓰라·테프트 협정으로 필리핀에서 미국의 우월권을 인정받는 대신에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장지연은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이 날을 목놓아 통곡한다)〉을 게재하였고, 민영환은 〈이천만 동포에게 고함〉등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윤치호는 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을사늑약에 서명한 대신들을 처벌할 것을 상소하였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의병운동이 전개되었다. 이와 같은 반대 운동에 힘을 얻은 고종은 을사조약의 무효를 선언한다. 

· 만국평화회의와 고종 양위 사건
1907년 6월, 고종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특사와 호머 헐버트를 파견하여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호소하고자 하였으나 영국과 일본의 방해로 실패한다. 이 사건을 두고 일본은 고종에게 퇴위할 것을 강요하였다. 일본의 압력으로 고종은 1907년 음력 7월 20일, 순종에게 양위한 후 태황제로 물러난다. 양위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불참하는 기이한 양위식이 거행되었다.

· 군대해산과 정미의병
1907년(융희 원년) 7월 24일, 일본은 한일 신협약(정미 7조약)을 강요하였고, 대한제국의 군대가 강제로 해산되었다. 정미 7조약의 체결과 대한제국의 군대해산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봉기하였다. 이를 정미의병이라 한다.

· 한일합방
1910년(융희 4년) 8월 29일, 한일병합 조약(경술국치)이 체결되면서 대한제국이 멸망하였고, 고종은 덕수궁 이태왕(李太王)으로 격하되어 덕수궁에 머물게 되었다. 1912년, 임병찬 등이 고종의 밀명을 받고 비밀결사단체인 대한독립의군부를 조직하여 왕정 회복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였다.

 

 

고종의 죽음

· 고종의 죽음
고종은 1919년 1월 21일 오전 6시경 덕수궁 함녕전에서 68세로 사망했다. 고종의 공식적 사인은 뇌일혈 또는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이지만, 아직까지 고종의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고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고종의 인산일은 3 · 1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의 능은 홍릉으로 명성황후 민씨와 함께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소재하고 있다. 

· 고종 독살설
고종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두고 독살설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무관 출신 한진창은 고종이 독살되었다고 확신하였다. 그리고 한진창은 자신의 누나 한진숙의 시조카 윤치호에게 고종이 독살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하던 고종황제가 식혜를 마신 지 30분도 안되어 심한 경련을 일으키다가 죽어갔다. 고종 황제의 팔다리가 1~2일 만에 엄청나게 부어올라서, 사람들이 황제의 통 넓은 한복 바지를 벗기기 위해 바지를 찢어야만 했다. 약용 솜으로 고종황제의 입안을 닦아내다가, 황제의 이가 모두 구강 안에 빠져 있고 혀는 닳아 없어졌다. 30센티 미터가량 되는 검은 줄이 목 부위에서부터 복부까지 길게 나 있었다. 고종황제가 승하한 직후에 2명의 궁녀가 의문사했다. 한편 일본 궁내성 제실회계심사국 장관인 구라토미 유자부로의 일기에 의하면 고종이 조선 독립운동과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일본 수뇌부에 의해 독살되었다고 적고 있다. 1919년에 개최되는 파리강화회의에서 조선합병의 부당함을 호소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고종을 독살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데라우치 총독이 하세가와 요시미치에게 고종으로 하여금 1905년의 을사늑약이 유효했음을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고종이 이를 거절하자 독살하였다는 일본 정계의 풍문을 일기에 기록하였다. 

 

※ 지면관계상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시간에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