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 작가의 장편소설 <미실>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그녀의 치마가 펄럭였을 때 세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라는 말과 같이 '미실'이라는 한 여성이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등 당대의 영웅들을 팜므파탈 같은 미색으로 사로잡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미실의 삶과 그녀의 변화, 그리고 그녀가 겪은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신라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김별아의 장편소설 <미실>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작가 소개
김별아(1969 ~ )는 강원도 강릉 출생이며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여류 소설가이다. 작가는 1993년 <실천문학>에 중편 <닫힌 문 밖의 바람 소리>로 등단한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 <축구 전쟁>, 소설집 <꿈의 부족>,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식구> 등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화랑세기>,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2005년 장편소설 <미실>을 집필하여 '제1회 세계 문학상'을 수상한다. 이 소설 <미실>을 원작으로 한 2009년 고현정이 미실 역으로 나온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줄거리
· 미실이 사랑한 연인
미실은 처음 세종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는 평생의 동반자가 된다. 그러나 그녀는 권력 다툼에 휘말려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되고, 사랑을 빼앗긴 후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에 충천해 냉혹한 여인으로 변모해 간다. 이 과정에서 미실은 수많은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 가운데 권력과 관계된 남자는 다음과 같다. 두 번째 남자로 제24대 진흥왕을 만난다. 그리고 진흥왕의 큰 아들 동륜태자가 세 번째 남자가 된다. 그 후 진흥왕의 작은 아들로 동륜의 동생인 제25대 진지왕(금륜)이 그녀와 관계를 맺은 네 번째 남자이며 그리고 동륜태자의 아들인 제26대 진평왕(백정)이 다섯 번째 남자가 된다. 그리고 화랑은 사다함, 설원랑이 있다. 이와 같이 미실은 한평생 동안 복잡하고 다양하게 여러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음을 보여준다. <미실>의 상세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미실과 세종
신라에서는 선왕인 법흥제가 죽고 진흥제가 일곱 살 나이로 왕위에 오르게 되자 태후 지소가 섭정을 한다 지소는 신하인 태종 이사부와 통정을 하며 세종 전군과 숙명공주를 낳는다. 그녀는 특히 세종을 애틋하게 생각한다. 어머니 묘도와 아버지 미진부 사이에서 태어난 미실은 처음 다섯 해를 짐승처럼 자란다. 그녀는 숲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세상의 만물을 벗 삼아 대화하는 법을 익힌다. 그녀는 외할머니인 옥진의 집안은 왕이나 왕족을 색으로 섬기는 신하인 색공지신의 집안이다. 미실은 타고날 때부터 총명하고 용모 또한 절색이었다. 그녀는 옥진으로부터 다양한 미태술과 기예를 배우며 성장한다. 한편 어느 날 세종은 색도들과 궁궐에서 연회 중에 미실을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때 세종의 나이 15살이고 미실은 14살인데 둘은 첫 합을 한다. 당시 지소태후는 숙명공주와의 화합을 위해 정적인 사도황후를 폐하려고 하는 계책을 세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실이 사도황후에게 알리고 사도황후는 진흥제에게 의지한다. 계획이 실패한 지소태후는 배후에 미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종은 미실이 다칠까 봐 염려하고 미실에게만 빠져 지내자 지소태후는 미실을 궁궐 밖으로 내치게 된다.
· 사다함
미실은 궁밖에서 화랑 사다함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세종은 지소의 명을 받아 진종의 딸 융명과 결혼한다. 시간이 흘러 세종은 전쟁에서 돌아오면 사다함과 미실이 혼례를 치른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질투와 연민에 빠진 세종은 어머니 지소태후를 설득하여 미실을 다시 궁으로 불러들이게 한다. 궁으로 들어온 그녀는 세종과의 잠자리를 거절하며 세종의 부인 융명을 몰아내고 부인의 자리를 차지한다. 한편 풍월주가 된 사다함은 미실의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또한 어머니 궁진이 화랑 무관량을 불러내어 매일 밤 잠자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관량은 죄책감과 모멸감에 월성 궁장에 올라 뛰어내려 자살을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다함은 상실감에 빠져 곡기를 끊고 자결을 한다. 결국 미실은 사다함과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세종과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 하종을 낳는다.
· 제24대 진흥왕
그 후 미실은 태자 동륜을 유혹하여 자식을 얻어 그 아이로 왕위를 잇게 하는 대원신통 계책을 사도황후와 함께 꾸민다. 결국 동륜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미실은 임신 중에 진흥제를 만난다. 미실은 임신한 태자 동륜의 아이를 진흥제의 아이라고 말하고 딸이 태어나자 애송공주로 봉한다. 진흥제는 첫눈에 미실에게 빠져 사랑에 빠져 그녀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진흥제는 미실을 요직에 임명하고 모든 정사를 결정하게 한다. 미실은 드디어 황후와 같은 권력가가 된다. 미실과 진흥제와의 사이에 반야, 난야, 수종이 태어나고 수종은 왕자로 봉해진다. 태자 동륜은 미실과의 밀회를 계속 유지하자, 위험을 느낀 미실은 동생 미생을 이용하여 태자 동륜이 다른 색에 빠지도록 유혹한다. 미생과 태자 동륜은 나마 당두의 처를 차지하기 위해 바둑을 핑계로 방문하여 통정을 한다. 결국 정력이 넘치는 태자 동륜은 진흥제의 총첩 보명과 간통하고 나오다가 개들의 공격을 받아 다쳐서 객사하게 된다. 진흥제는 태자 동륜이 죽자 내막을 조사해 미실과 미생이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미실은 원화 자리를 물러나고 몰래 궁을 빠져 세종에게 가게 되고, 사도황후는 미실을 구하려고 힘을 쓴다. 이 일로 인해 원화제도는 폐지되고 화랑제도가 부활하여 세종은 다시 화랑의 낭정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미실은 세종과 함께 살게 된다. 시간이 지나 미실을 잊지 못한 진흥제는 다시 미실과 세종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이때 미실은 세종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입궁을 한다. 그가 아들 옥종이다. 진흥제는 옥종을 자기 마복자로 삼아 친자식처럼 여긴다. 동륜이 죽자 그의 동생인 금륜이 태자가 된다.
· 제25대 진지왕(금륜)
미실은 금륜태자와 황후자리를 약속받고 둘은 정을 나눈다. 진흥제가 병으로 죽고 금륜이 왕위를 물려받아 25대 진지왕이 되어 왕위를 오른다. 그러나 진지왕은 동륜의 여인이었다가 자기에게로 온 지도에게 황후자리를 준다. 지도에게 황후자리를 빼앗긴 미실은 복수할 기회만 노린다. 마침 진지제가 여염집 아내인 도화에게 빠져 막내 여동생 은륜 공주마저 멀리하게 되자 미실은 이를 사도태후에게 고자질한다. 그리고 아들 하종과 은륜 공주를 만나게 하여 대원신통을 잇게 하는 계책을 꾸민다. 진지제가 문노를 국선으로 비보랑을 부제로 삼는다. 이에 미실은 화랑을 장악하기 위해 '호국선'의 문노파와 '운상인'의 설원랑파를 합쳐 자신은 원화, 세종은 상선, 문노는 아선, 설원과 비보를 좌우 봉사랑, 미생을 전방 봉사랑으로 하며 때를 기다린다. 세종은 문노를 설득하여 거사를 완성시켜 드디어 2년 만에 진지제가 폐위되고 유궁에 갇히게 된다. 미생이 유궁에 금륜을 찾아가 7일 동안 도화와 지내도록 귀신 놀음을 도와주자, 금륜은 웃으며 절명한다. 이때 도화녀가 잉태하여 낳은 아이가 비형으로 사도태후는 아이를 궁에서 기르게 한다.
· 제26대 진평왕(백정)
비형은 자라서 금륜의 아이 용춘과 함께 낭도들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진평제가 비형에게 선원사 북쪽 시내에 다리를 놓으라고 명하자, 비형은 하룻밤에 '귀교'를 완성한다. 미실은 문노를 회유하기 위해 홀아비 문노와 청상과부 윤궁과의 혼인을 중매한다. 윤궁은 5가지 불의를 내세워 거절하였으나 그것이 다 채워지자 미실은 그들이 만나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 결국 문노는 자기 고집을 버리고 진지제를 폐위하려는 미실의 뜻에 참여하게 되며, 그 공으로 선화가 되고 직위는 아찬에 이르게 된다. 진지제가 폐위되고 죽자 진평왕이 즉위한다. 그러나 그는 13세의 어린 나이였기에 미실이 조정의 일을 마음대로 처리한다. 미실은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기골이 장대한 진평제의 동정(童貞)을 다스려 <소녀경>, <합음양>, <통현자>의 교합술을 가르쳐 준다. 이제 신라 사회는 국왕까지 갈아치우며 남편 세종뿐만 아니라 설원, 문노 풍월주들의 절대적 충성을 받는 미실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진평제는 보명을 좌후로 미실을 우후로 삼는다. 한편 고구려와 전쟁에서 세종이 죽는다. 영흥사로 이화랑은 출가하고 숙명공주는 죽음을 맞이하자 미실은 영흥사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 미실궁주의 죽음
세 왕 진흥, 진지, 진평을 모신 미실은 진평왕 28년(서기 606) 병에 걸린다. 설원은 미실을 수행하여 영흥사로 들어 간다. 설원은 과거 미실에게 동정을 바친 후로 주위에서 한시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녀를 바라만 보고 믿고 따라왔다. 그리고 미실의 도움으로 풍월주가 되었을 때, 38살 과부인 준화공주와 결혼을 하였을 때에도 그녀를 믿고 시키는 대로 한다. 미실은 병에 걸리자 설원만이 자기를 돌보도록 허락한다. 설원은 그녀의 병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밤마다 간절히 기도한다. 병석에서 깨어난 미실은 설원이 자신을 대신하여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실은 설원의 관에 속옷을 넣어 주며 "나 또한 곧 그대를 따라 하늘로 가리라."라고 속삭인다. 얼마 후 아이가 치마폭에 가득 움겨싼 앵두를 보면서 정인이 잡아 준 산 짐승의 육미를 떠올리며 미실은 봄을 따라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때 나이는 쉰여덟이었다.
맺음말
우리는 여기에서 김별아의 장편소설 <미실>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미실은 팜므파탈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색공지신으로 세 명의 왕을 섬기고 나중에는 스스로 권력의 중심이 되어 나라를 쥐고 흔든 여인이다. 치마를 펄럭이기만 하면 온 세상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는 그런 여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미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한 남자 설월랑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대신해 죽는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게 만드는 여인인 것이다. 마지막에는 미실 스스로도 설원랑을 사랑하였다는 것을 드러내어 "나 또한 곧 그대를 따라 하늘로 가리라."라고 속삭인다. 이승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미실과 설원랑의 사랑은 죽어서 저승에서나마 꽃피웠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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