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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감상/세계명작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라스트 울프 - 현대 문명의 불안 속의 인간 존재

by 이야기마을촌장 2025. 11. 27.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중편소설 <라스트 울프>는 절망에 빠진 한 철학자가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지역에서 ‘마지막 늑대’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9년 헝가리에서 처음 발표되었으며, 이후 2015년에 동명 중편소설 <헤르먼>과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문장과 단락의 구분 없이 쉼표만을 사용해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험적 형식으로 쓰였으며, 인간과 자연, 사냥꾼과 사냥감의 경계가 무너진 황폐한 세계를 철학적으로 묘사한다. 현지 출간 당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적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한국에는 2021년 번역 소개되었다.

라스트울프

 

작가소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László Krasznahorkai, 1954~ )는 헝가리 출신의 현대 소설가로, 포스트모던 기법과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난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유명하다. 1954년 헝가리 남동부의 작은 도시 줄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다. 1985년 첫 장편소설 <사탄탱고>를 발표하여 단숨에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저항의 멜랑콜리>(1989), <라스트 울프>(2009) 등을 발표했다. 긴 문장과 최소한의 문장부호를 구사하며 묵시록적 공포부조리한 세계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내는 그의 문체는 “카프카에서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그로테스크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고, 2025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 문학의 정점에 올랐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사탄탱고 - 침울한 세계에 인간의 나약함과 구원 문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사탄탱고 - 침울한 세계에 인간의 나약함과 구원 문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장편소설 는 1985년에 발표된 그의 데뷔작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해 가던 198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작품은 몰락한 집단농장의 황폐한

bong3614.tistory.com

 

 

등장인물

· 철학자: 이 소설의 화자로, 한때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으나 현재는 베를린의 허름한 술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중년 남성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채 허무와 좌절에 빠져 있으며, 간헐적으로 교정 일감으로 몇 백 유로를 벌어 근근이 생계를 잇는다. 매일같이 술집 바텐더에게 구구절절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공허한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 바텐더: 베를린 술집 ‘슈파쉬바인’의 헝가리인 바텐더로, 철학자의 끝없는 하소연을 무심히 흘려듣고 철학자의 하소연을 제대로 듣지 않는 인물이다. · 통역사: 스페인 마드리드의 재단이 철학자의 현지 취재를 돕기 위해 붙여준 현지인 통역사이다. 철학자와 함께 엑스트레마두라 지방 곳곳을 동행하며 자료 탐색을 도와주고, 여정의 말미에 “동물의 사랑은 인간이 결코 실망하지 않고 키워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해준다. · 늑대 사냥꾼: 철학자가 엑스트레마두라에서 만나는 인물로, 자신이 그 지역의 마지막 늑대를 쏘아 죽여 박제해 두었다고 뽐내는 사냥꾼이다. 늑대를 사냥한 무용담을 자랑하지만 정작 진실은 모르는 인물로 그려진다. · 호세 미구엘: 엑스트레마두라의 외딴 마을에 사는 현지인으로, 철학자에게 ‘아홉 마리 늑대’에 얽힌 실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남은 늑대 무리가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에 대한 비밀을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줄거리

· 베를린의 무기력한 철학자
베를린의 변두리에 위치한 어두운 선술집, ‘슈파슈바인’. 철학자는 매일 아침 그곳에 나타나 습관처럼 맥주를 마신다. 전직 대학 교수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먼 과거의 그림자일 뿐, 그는 더 이상 철학을 가르치지도, 연구하지도 않는다. 남은 일이라곤 소량의 원고 교정으로 버는 돈과 술뿐이다. 그가 이 공간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헝가리인 바텐더. 무뚝뚝하고 말없이 일하는 그에게 철학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몰락했는지, 얼마나 허망한 삶을 견디는 중인지 자학적으로 털어놓는다. 아무 반응 없는 바텐더 앞에서 철학자의 독백은 점점 길어지고 흐릿해진다. 이것은 그가 말하고 싶어 안달 난 이야기가 아니라,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기억의 독소에 가깝다. 마침내, 그는 조용히 스페인 여행의 이야기를 꺼낸다—마지막 늑대를 찾아갔던, 그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의 어느 날을.


· 뜻밖의 스페인 초청과 엑스트마두라
변화라곤 없는 나날 중, 철학자에게 낯선 초대장이 도착한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위치한 재단에서 “ 한때 '역사적 불모지'로 불리던 엑스트레마두라에 관한 무엇이든 써 달라”며 항공과 숙박, 차량, 통역까지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보내온 것이다. 그는 처음에 장난이거나 실수라 생각했지만, 묘하게 그 제안에 끌린다. 현지인들은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고 만류했지만,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자신에게 다가온 마지막 기회. 그는 주저하다가 그 여행을 받아들이고 낯선 땅으로 떠난다. 스페인의 공항, 통역사의 안내, 현지인들의 환대는 그에게 일종의 부조리극처럼 다가온다. 세련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지만 묘하게 정중한 그 분위기 속에서 그는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가’를 계속 자문한다. 현지에서는 엑스트레마두라가 “자연은 풍부하지만, 문화적으론 무(無)”라고 묘사된다. 하지만 그는 그 '무'라는 개념 속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여정을 시작한다.


· 엑스트레마두라에서의 늑대 추적

엑스트레마두라는 스페인 서부의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다. 평야와 언덕이 반복되는 그곳에는 말라비틀어진 나무, 침묵하는 하늘, 먼지 바람만이 가득하다. 철학자는 무언가를 발견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던 중 별다른 의도 없이 “1983년에 이 지역에서 마지막 늑대가 죽었다더라”는 신문 기사의 한 구절을 내뱉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통역사가 “그는 늑대에 관심 있다”고 현지인에게 말하자 상황이 급변한다. 모든 사람이 '마지막 늑대'의 전설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늑대들의 흔적을 좇는 집요한 인터뷰와 탐색으로 이어진다. 지역 술집, 목장, 관리소, 핀카를 돌며 그는 늑대의 행방을 묻는다. 대답은 하나같이 조각난 이야기들. “1983년 마지막 늑대가 죽었다”는 이정표만 있고, 그 경위는 제각각이다. 결국 그는 호세 미구엘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는 엑스트레마두라의 산림과 동물을 관리해 온 인물로, 유일하게 사건의 맥락을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을 가진다. 철학자는 미겔의 안내를 따라, 이제 잊힌 늑대들의 실루엣을 상상하며 지도의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다.


· 아홉 마리 늑대의 비극
호세 미구엘의 입에서 비로소 ‘그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1980년대 중반, 이 지역엔 단 아홉 마리의 늑대 무리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간섭을 피해 살아가던 마지막 야생의 존재였다. 그러나 한 사냥꾼, 로베로가 나타났다. 그는 마치 의무처럼, 혹은 쾌락처럼 늑대를 추적했고 일곱 마리를 차례로 처단했다. 남은 둘 중 한 마리는 도로에서 차량에 치여 죽었고, 마지막 한 마리는 깊은 숲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 마지막 늑대는 다른 이들이 죽은 뒤에도 몇 년간 생존했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망각했고, 늑대는 서서히 신화처럼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1993년, 한 양치기 소년이 자신의 양을 위협한다며 그 늑대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 늑대의 시체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고, 박제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늑대는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다. 주인공은 이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탐욕, 무지, 그리고 망각의 힘을 동시에 목격한다. 


·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허무한 귀환
며칠 동안 계속된 취재 끝에, 마침내 주인공은 ‘마지막 늑대’를 죽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기 직전까지 이르게 된다. 그 찰나, 안내자였던 관리인 호세 미구엘이 아직 해주지 않은 말이 하나 남았다고 조심스레 귀띔하지만, 주인공은 그것이 이미 자신이 예감한 내용이라 여겨 그에게 “말하지 말라”고 만류해버린다. 여행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난다. 철학자는 마드리드로 돌아와 재단이 제공한 숙소에 머물다 베를린로 돌아온다. 그는 여전히 그 술집에 앉아 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다시 바텐더에게 중얼거린다. 호세 미구엘이 끝내 말하지 않은 진실은 여전히 그의 가슴 어딘가에 걸려 있고, 해소되지 않은 불안은 그의 말을 더욱 길고 무겁게 만든다. “나는 그 끝나지 않는 불안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철학자의 독백은 이처럼 끝나며, 독자는 질문을 떠안은 채 책장을 덮는다. 마지막 늑대는 사라졌고, 그것을 기억하는 이도 없다. 그리고 그 허무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스스로 늑대를 쫓고 멸절시킨 것과 다를 바 없는 종이라는 자각만이 남는다. 소설은 “매일매일 그는 머릿속에 호세 미구엘 이야기의 끝을 쓰고 또다시 쓰고 있다”라는 허무한 독백과 함께 대단원의 끝을 맺는다.

 

 

맺음말

『라스트 울프』는 현대 문명이 직면한 종말론적 불안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소설이다. 철학자 주인공의 허망한 여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무너진 세계의 공허와 절망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 속에서 인간이 상실한 것들을 묻는다. 문장부호를 거의 찍지 않고 쉼표로만 이어지는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이야기의 혼돈과 좌절 속으로 몰아넣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뚜렷한 교훈이나 설명을 제시하지 않는 열린 결말 덕분에 ‘마지막 늑대’의 상징은 독자마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여운은 작품을 다 읽은 후에도 오래도록 지속된다. 가벼운 서사가 범람하는 가운데 이 작품은 독자에게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25년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현대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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