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감상/세계명작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Foster) - 진정한 의미의 가족, 애정, 보살핌은?

by 이야기마을촌장 2025. 9. 10.

2009년에 발표된 클레어 키건의 중편소설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 농촌을 배경으로, 다자녀 가정의 어린 소녀가 여름 동안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며 처음으로 진정한 보살핌과 사랑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체로 “짧지만 강렬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서는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Foster)의 작가 소개와 줄거리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버려진소녀

 

작가 소개

클레어 키건(1968 ~ )은 아일랜드 위클로 출신의 대표적인 단편·중편 작가이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를 받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를 취득한다. 1999년 첫 단편집 <남극>으로 루니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고, 2007년 <푸른 들판을 걷다>로 에지 힐상을 수상했다. 2009년 <맡겨진 소녀>를 발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클레어 키건의 최근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1)는 2022년 오웰상을 수상하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다. 그녀의 작품들은 절제된 언어, 깊은 여운, 인간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등장인물

· 소녀: 주인공이자 화자. 이름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가난하고 무심한 부모 아래 자라며, 친척 집에 맡겨져 처음으로 다정한 돌봄을 경험한다. · 킨셀라 아주머니: 소녀를 돌보는 친척 여성. 따뜻하고 섬세한 성품으로 소녀를 친딸처럼 대한다. · 킨셀라 아저씨: 아주머니의 남편. 과묵하지만 행동으로 애정을 보여주며, 소녀에게 부성애의 본질을 알게 해 준다. · 아버지: 소녀의 친아버지. 무심하고 거칠며, 딸을 맡긴 뒤 인사도 없이 떠난다. · 어머니: 출산을 앞두고 있어 소녀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

 

 

줄거리

1. 친척집으로 보내지다
1980년대 아일랜드 농촌. 다섯째 아이 출산을 앞둔 어머니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버지는 딸을 엄마의 먼 친척 댁인 킨셀라 부부에게 맡긴다. 아버지는 딸을 내려놓으며 “먹기야 많이 먹겠지만 대신 일을 시키세요”라고 퉁명스레 말하고, 작별 인사도 없이 차를 몰고 떠나버린다. 남겨진 소녀는 낯선 두 사람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2. 낯선 집에서 찾은 따뜻함
소녀는 생전 처음 보는 킨셀라 아주머니아저씨의 집에 남겨진다. 처음엔 두려움과 낯섦 속에 말없이 서 있던 소녀를 킨셀라 부부는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소박한 다정함으로 맞이한다. 아주머니는 그녀의 머리를 곱게 빗어주고, 소녀에게 깨끗한 새 옷을 입히고 따뜻한 식사를 챙겨주며 정성껏 돌봐준다. 아저씨는 함께 걸으며 보폭을 맞춰준다. 소녀는 “아빠는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처음 느낀 다정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소녀는 무심했던 친가와 달리 청결하고 평온한 이 가정에서 처음 느껴보는 안락함에 놀란다. 그녀는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평화로움을 느끼며, 이곳이 당분간 자기 집이면 좋겠다고 속으로 바란다. 소녀는 점차 마음을 열며, 킨셀라 부부와 밭일을 돕고 함께 식사하며 조금씩 가족 같은 정을 쌓아간다. 과묵한 아저씨는 소녀에게 편지 배달이나 농장 일을 돕도록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아주머니는 소녀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치고 집안일과 놀이를 통해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다. 소녀는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라고 느끼며, 자신의 삶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자각한다. 

3. 숨겨진 비밀과 침묵의 가르침
그러던 중 킨셀라 부부와 함께 마을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 날, 소녀는 잠시 돌봐주던 이웃 아주머니로부터 킨셀라 부부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정한 이 부부에게 사실 예전에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와 놀다 눈앞의 웅덩이에 빠지는 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소녀는 비로소 두 어른의 내면에 숨겨진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후 아주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이웃의 실언으로 상처를 받아 흐느끼고, 소녀는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한 채 곁에 머문다. 그러자 킨셀라 아저씨는 조용히 소녀에게 말을 건넨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라고 하며, 굳이 말로 위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일러준다. 소녀는 그제서야 침묵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4. 다시 떠나는 길
시간이 흘러 여름이 끝나고 엄마가 무사히 남동생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오자, 소녀는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갈 날을 맞이한다. 떠나기 전까지 킨셀라 부부는 소녀에게 새 신발과 옷을 사 입히고 글 읽기를 가르쳐주는 등 끝까지 친딸처럼 보살펴준다. 드디어 송별의 날, 소녀의 친아버지가 차를 몰고 딸을 데리러 오는데, 그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서둘러 소녀를 태우려 합니다. 출발 직전, 킨셀라 아주머니는 울먹이며 마지막까지 소녀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킨셀라 아저씨는 말없이 곁에 서 있습니다. 소녀는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뒤돌아 킨셀라 아저씨의 품에 달려가 안긴 채 그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아빠”라고 부른다

 

 

맺음말

<맡겨진 소녀>는 어린 소녀의 한 여름 동안의 짧은 경험을 통해 인간애의 힘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친부모의 무심함과 대조되는 타인의 따뜻한 돌봄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보여주며, 침묵과 사랑이 지닌 힘을 강조한다. 마지막 장면의 “아빠”라는 호칭은,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진정한 애정과 보살핌에서 비롯되는 가족의 의미를 압축한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사랑이 어떻게 발견되는지를 보여주며 삶의 본질적인 순간을 포착해 내어 독자에게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현대 단편 문학의 백미로 평가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