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대 고종실록 1 - 고종의 등극 및 흥선대원군의 섭정과 사건들, 명복

조선의 제26대 국왕 고종(1852 ~ 1919)의 이름은 이희(李熙)이며 아명은 명복(命福)이고 초명은 이재황(李載晃)이다. 고종은 남연군의 아들 흥선군 이하응과 여흥부대부인 민씨의 둘째 아들이다. 고종은 1897년 10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초대 황제가 된다. <고종실록>는 총 52권 52책으로 구성되며 그의 재위기간 1863년 12월부터 1907년 7월까지 43년 7개월 동안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을 일본의 총독부가 편년체로 적은 역사서이다. 실록의 편찬은 망국 이후인 1927년 4월에 시작하여 1935년 3월에 완성되었다. 실록 편찬 작업에는 1927년 '이왕직'을 설치한 후 임시 고용원 10명과 집필생 26명이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을 참고하여 편찬된다. 따라서 <고종실록>, <순종실록>은 일제 강점기 일본이 설치한 조선 황족에 관련된 사무를 담당하는 기구인 '이왕직' 장관 일본인 시노다에 의해 편찬됨으로써 서술의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고종의 등극

· 흥선군 이하응

고종은 남연군의 아들 흥선군 이하응과 여흥부대부인 민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다. 당시 조정은 60여 년에 걸친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로 매관매직과 삼정의 문란으로 백성의 생활은 피폐해져 크고 작은 민란이 발생한다. 또한 이양선의 빈번한 출몰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 흥선군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안동김씨 가문을 찾아다니며 구걸하기도 하는 등 온갖 고통을 겪으며 자신을 숨긴다.

 

· 고종의 등극

1863년 12월 철종이 후사가 없이 사망하자 헌종의 어머니이자 효명세자의 부인인 신정왕후 조씨(조대비)는 안동김씨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흥선군 이하응과 결탁하여 그의 둘째 아들 명복을 양자로 삼아 왕위에 앉히고 자신이 수렴청정을 한다. 그가 바로 조선 제26대 국왕 고종이다. 이때 그의 나이 12세이다. 

 

 

흥선대원군의 섭정과 사건들

· 흥선대원군의 섭정

조대비는 흥선군 이하응을 흥선대원군으로 봉하고 섭정의 대권을 위임한다. 이후 10년 간 흥선대원군은 고종을 대신하여 정사를 운영하게 된다. 흥선대원군은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비변사를 폐지하고 의정부와 삼군부를 부활시킨다. 붕당의 근거지인 서원을 47개소만 남기고 서원을 철폐하고, 양전사업을 실시하여 은결을 색출하며 사창제를 실시하고, 군포를 양반에게도 부과하는 호포제를 실시한다. 그리고 <대전회통>, <육전조례> 등의 새로운 법전을 편찬하여 통치규범을 재정비하였다. 한편 대원군은 왕실의 권위회복을 위하여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을 중건한다. 이 과정에서 당백전을 발행하고, 원납전이라는 강제 기부금을 징수하고, 통행세를 거두고 백성에게 노역을 부과하여 백성과 양반 모두의 반발을 샀다. 이와 같이 흥선대원군은 민심을 수습하고 국가 재정을 확보하여 세도정치의 폐해를 일소한다. 그러나 경복궁 중건 같은 무리한 정책이나 세계정세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쇄국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 병인박해
고종 초기에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서학(천주교)과 동학이 백성들 사이에서 퍼졌는데, 대대적인 박해에도 불구하고 천주교도들의 수는 증가하였다. 1866년 1월, 대원군은 러시아의 남하에 위기를 느끼고 견제하고자, 프랑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였으나 프랑스 주교가 동의하지 않자, 정치적 이점을 얻을 수 없을 거라 여겨, 프랑스인 신부 9명을 처형하고 천주교도 수천 인을 박해하였다. 이를 '병인박해' 또는 '병인사옥'이라 하며 그해 9월 병인양요의 원인이 된다.

· 제너럴 셔먼호 사건
1866년 7월에는 미국 상선인 제너럴셔먼호가 통상을 요구하며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평양 주민에 대한 약탈과 살육을 자행하자, 평양 지역민과 평안도 감사 박규수에 의해 선박이 불타고 선원들이 모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은 5년 후 1871년에 발생하는 '신미양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 병인양요
1866년 9월, 병인박해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의 로즈 제독이 군함 7척과 1천 명의 군대를 이끌고 강화도를 침략하였으나 문수산성에서 한성근과 정족산성에서 양헌수 등의 활약으로 이를 격퇴한다. 이들은 강화도의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관련 유물들을 약탈하였다. 이 사건을 병인양요라고 한다.

· 남연군묘 도굴 미수 사건
1868년(고종 5년)에는 고종의 조부인 남연군의 묘가 도굴당할 뻔한 일이 발생하였다. 독일 상인 오페르트가 충청도 덕산 남연군묘를 도굴하여 남연군의 시신을 두고 협상하려 하였으나 회곽으로 단단히 굳어버린 묘지를 파지 못하고 실패에 그쳤다. 이 사건을 '남연군묘 도굴사건' 또는 '오페르트 도굴사건'이라 한다.

· 신미양요
1871년(고종 8년) 5월, 미국은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구실로 아시아 함대 사령관 존 로저스가 군함 5척과 군인 1200여 명을 이끌고 강화도를 침략한다. 미군은 초지진과 덕진진, 광성보를 연이어 공격하였는데 어재연이 광성보에서 전사하고 미군은 승전의 의미로 '수(帥)자기'를 탈취하였다. 흥선대원군의 강력한 쇄국 정책으로 결국 점거 1달 만에 강화도에서 물러간다. 당시 미군이 탈취한 수자기는 현재 장기대여 형식으로 반환된다.

· 척화비
서양 열강과의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을 경험한 고종과 대원군은 전국 각지에 척화비를 세워 통상수교거부 의지를 천명한다. 척화비에는 '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戒我萬年子孫 丙寅作 辛未立.(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계아만년자손 병인작 신미립'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는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였는데 싸우지 않는 것은 화의를 주장하는 것이고, 이는 나라를 파는 것이다. 이를 자손만대에 경계하며 병인년에 비문을 짓고 신미년에 세운다.'라는 뜻이다.

※ 지면관계상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시간에 계속하겠습니다.